고법 “교육부, 이사 8명 선임처분 취소”…상지대 민주화의 봄 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3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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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010년과 2011년 학교법인 상지학원 이사 8명을 선임한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23일 나왔다. 당시 선임된 이사 8명 중 4명은 김문기 전 상지대 총장이 추천한 인사들이어서 이번 판결은 김 전 총장의 복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반면에 하루 전인 22일에는 김 전 총장이 해임 징계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승소해 총장직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열렸었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윤성원)는 23일 상지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등이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낸 이사선임 처분 취소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립학교법과 학원의 정관에 개방이사 3인을 선정하도록 돼 있는데도 이를 위반해 정식이사만 선임한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당시 이사들이 판결문을 송달받고 2주일 안에 상고하지 않으면 판결이 확정된다. 이 경우 현 이사들의 직위가 상실될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상지대 교수협의회는 “현 이사들은 당시 이사들이 선임했기 때문에 당연히 직위가 자동 상실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는 “당시 이사들이 현 이사 선임에 관여했는지가 감안되겠지만 현재로선 단언할 수 없다”며 “판결문을 검토한 뒤에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상고 여부도 상지대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총장 측 인사들로 구성된 현 이사진 대신 새 이사들이 파견되면 김 전 총장의 복귀 도 불투명해진다. 교육부 감사 결과에 따라 지난해 7월 해임된 김 전 총장은 22일 상지학원을 상대로 한 해임 징계처분 무효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해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상태다. 항소심에서 상지학원은 김 전 총장의 주장을 모두 인정해 패소를 자초했다.

앞서 상지대는 1993년 김문기 전 이사장이 부정입학 등 혐의로 구속되고 학교에서 물러난 뒤 교육부가 파견한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돼 오다 2003년 12월 정식 이사를 선출했다. 그러나 김 전 이사장 측이 새 이사들의 선임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냈고 2007년 승소하면서 다시 임시이사 체제가 됐다.

교육부는 2008년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 상지대 정상화 방안에 관한 심의를 요청했고 그 결과 2010년 8월 정이사 7명과 임시이사 1명, 2011년 1월 정이사 1명을 각각 선임했다. 그러나 이사들 가운데 4명이 김 전 이사장이 추천한 인사로 구성되면서 구재단이 복귀했고 학내 구성원들이 반발했다.

상지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는 2010년 소송을 제기했지만 1, 2심은 이들이 상지대 운영에 관여할 법률상 이익이 없으므로 소송을 낼 자격이 없다며 청구를 각하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들의 학교 운영 참여권을 인정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상지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는 이날 판결을 크게 반겼다. 이들로 구성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고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년간 지속된 김문기 씨 중심의 정이사 체제는 정당성을 상실했고 존립 근거를 잃게 됐다”며 “교육부를 방문해 대법원 상고 포기와 이사회의 직무정지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또 “정당성을 상실한 구(舊)재단, 이사회를 정리하고 민주적인 새 이사회를 구성해 1년간 장기 공석 사태로 있는 총장직을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할 것이며 새로운 이사회, 총장과 구성원이 협력해 민주적인 대학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명연 교수협의회 공동대표는 “상지대가 교육부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실패하고 특성화 사업 실패, 신입생 미달 사태 등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것은 모두 잘못된 학교 운영의 결과”라며 “하루빨리 대학이 안정될 수 있도록 교육부가 힘써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인모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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