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캐릭터 아십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중앙정부부처 45곳중 29곳 “온라인 정책홍보” 너도나도
세금 수천만원씩 들여 만들어놓고 관리부실-조직개편에 무용지물도

정답은 토토, 새령, 나우, 노잉, 해랑이다.

각각 국토교통부와 법제처,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가 온라인에서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캐릭터다. 토토는 국토를 의미하며 교통을 뜻하는 통통과 함께 활용한다. 새령은 새 법령을 소개한다는 뜻. 나우는 나와 친구(友), 노잉은 산업부 전신 지식경제부의 지식(Knowledge)과 날개(Wing)에서 의미를 따왔다. 토토와 나우는 2013년, 새령은 2007년 탄생해 2014년 한 번 변신했다. 노잉은 2011년에 만들어졌고 바다(해·海)와 물결(랑·浪)이란 의미의 해랑이는 2013년 탄생했다.

이처럼 자체 캐릭터를 만들어 쓰는 중앙정부 부처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늘고 있다. 친근한 이미지로 정책 홍보에 활용하려는 목적에서다. 동아일보가 중앙정부 부처 45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29곳에 자체 캐릭터가 있었다. 대부분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온라인 정책 홍보 강화 바람을 타고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활용하기 위해 만들었다. 정책을 효과적으로 소개하려면 친근한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많은 공공 캐릭터가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무용지물로 방치돼 있다. 기관장 교체와 같은 잦은 외풍에 사후 관리도 엉망이다. 옛 소방방재청이 2014년 9월 공모전을 거쳐 만든 민방위 캐릭터는 두 달 뒤 정부조직법 개편으로 방재청이 국민안전처에 흡수되며 사라졌다. 외교부는 재외 국민 안전 정책 홍보를 위해 2011년 영사콜센터 캐릭터를 만들었지만 지난해 7월 네이버 캐릭터 ‘라인프렌즈’가 명예 외교관으로 위촉되며 모습을 감췄다.

한 디자인 업체 대표는 “캐릭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성격을 갖고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공부문이 캐릭터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건 다행이다”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대부분은 향후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구체적 계획 없이 ‘우선 확보하고 보자’며 제작하고 있어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실패 이유를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세금 낭비도 심하다.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하는 캐릭터 제작비를 그냥 허비하고 있다. 예산 2000만 원 이하면 조달청을 통하지 않고 자체 수의계약으로 하다 보니 얼마가 쓰였는지 정보공개를 청구하지 않으면 모른다. 일부에선 조달청을 통해 5000만 원이 넘게 들여 캐릭터를 제작하고도 사실상 쓰레기통에 처박아 두고 있다.

산업재산권에 대한 인식 부족도 캐릭터의 활용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캐릭터를 보유한 부처 29곳 중 상표권을 확보한 곳은 11곳뿐이다. 상표를 출원하지 않은 한 부처 관계자는 “디자인은 ‘무등록 발생주의’로 제작과 동시에 저작권법 보호를 받는 데다 상표 출원 비용과 등록까지 걸리는 시간 때문에 상표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공 캐릭터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면 민간 캐릭터 못지않게 경제적 이익까지 창출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일본 구마모토(熊本) 현의 ‘구마몬’은 지역 특산물을 비롯한 캐릭터 상품 개발에 활용되며 지난해에만 관련 상품 매출로 1007억 엔(약 1조1000억 원)을 올렸다.

국내에서도 경찰청의 ‘포돌이’와 ‘포순이’, 경기 고양시의 ‘고양고양이’ 등 유명 공공 캐릭터는 상표권을 확보해 해당 기관 홍보는 물론이고 외부 행사 등에 잘 쓰이고 있다. 고양고양이를 그린 신형우 고양시 SNS홍보팀장은 “당장 상업적으로 쓸 계획은 없지만 상표권은 제3자의 도용을 막는 안전장치”라고 말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캐릭터#홍보 캐릭터#온라인 홍보#중앙정부부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