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법, 경남 첫 ‘시민 곁으로 찾아가는 법정’ 열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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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자격 있는지 보자” 풍물놀이 30분간 직접 보고 평가

창원지법이 2일 경남 창원시 창원대 봉림관 소강당에서 연 ‘시민 곁으로 찾아가는 법정’에서 풍물놀이패가 ‘김해 유하걸궁치기’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창원지법 제공
창원지법이 2일 경남 창원시 창원대 봉림관 소강당에서 연 ‘시민 곁으로 찾아가는 법정’에서 풍물놀이패가 ‘김해 유하걸궁치기’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창원지법 제공
창원지방법원(법원장 이강원)이 2일 경남 지역에서 처음으로 법원 밖에서 실제 재판을 진행하는 ‘시민 곁으로 찾아가는 법정’을 열었다. 경남 지역 풍물놀이인 ‘김해 유하걸궁치기’의 무형문화재 지정을 놓고 벌어진 다툼을 판가름하기 위해서다. 법정 밖 재판장을 찾은 방청객 앞에서 실제 공연이 이뤄지는 보기 드문 풍경도 연출됐다.

창원지법 행정1부(부장판사 김경수)는 이날 경남 창원시 창원대 봉림관 소강당에서 ‘김해 유하걸궁치기 무형문화재 지정 및 보유자 인정 부결 처분’의 취소 소송에 관한 재판을 열었다. 소강당은 소송 당사자와 일반 시민 등 100여 명으로 가득 찼다.

2014년 2월 19일 김해 유하걸궁치기 보존회 장인 최덕수 씨(72)가 경남도지사에게 무형문화재 지정 및 보유자 인정 심사를 신청한 것이 발단이 됐다. 경남도는 2014년 6월과 지난해 3월 유하걸궁치기의 고향인 김해시 유하동을 두 차례 현지조사한 뒤 지난해 9월 도 무형문화재 분과위원회에서 심의해 무형문화재 지정 등을 부결시켰다. “전통마을이 붕괴돼 전승 기반이 부족하고, 보존회 회원들의 기량이 부족하며, 상당수가 다른 지역에 살고 있다”는 이유였다. 이에 최 씨는 올해 1월 경남지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날 재판은 보존회 측과 경남도 측이 각각 주장을 발표한 뒤 이장열 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등의 증인 신문으로 이어졌다. 향후 재판의 쟁점은 경남도의 주장대로 △김해시 유하동 전통마을이 붕괴돼 전승 기반이 부족한지 △보존회 회원들의 기량이 부족한지 △회원들이 유하동에 살고 있는지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판에서는 김해 유하걸궁치기 회원 20여 명이 풍물놀이를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재판부와 방청객들이 쟁점 중 하나인 ‘보존회 회원들의 기량이 부족한지’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우렁찬 북과 징, 꽹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최 씨가 ‘농자천하지대본’ ‘김해 유하걸궁치기 놀이’라는 대형 걸개그림을 앞세우고 놀이패 23명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잘한다” “얼쑤” 등의 추임새 속에 최 씨와 단원들은 30분 동안 공연을 열정을 다해 마쳤고, 방청객들은 박수로 답했다. 조장현 창원지법 공보판사는 “재판부와 소송 당사자, 증인, 방청객 등이 모두 공연을 직접 보고 평가해보는 것은 사법사상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해 유하걸궁치기는 유하동에 전해오는 김해 유하걸궁농악과 성주굿풀이를 함께 일컫는 것이다. 매년 정월 초부터 대보름까지 마을 주민들이 길흉화복(吉凶禍福)을 관장하는 성주신 등 가신(家神)들에게 복을 비는 풍물놀이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 창원=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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