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메일 등 디지털자료 증거능력 인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형사소송법 개정안 국회통과

e메일이나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 등 디지털 자료를 법정 증거로 채택하는 것을 어렵게 한 기존 형사소송법이 1961년 이후 55년 만에 개정됐다. 이에 따라 ‘왕재산 사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등 공안수사에서 디지털 증거 능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애로를 겪던 수사 당국의 보폭이 넓어지게 됐다.

국회는 19일 디지털 증거의 증거 효력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기존 형사소송법 313조는 피고인 등 진술자가 부인하면 법정에 제출된 자료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이 법정에서 수사기관이 내놓은 증거 자료에 대해 “내가 작성하지 않았다”고 진술하면 증거능력이 상실된다는 의미다. 진술서 등 종이 문서는 서명과 날인, 필적 감정 등으로 작성자를 비교적 쉽게 특정할 수 있어 피고인의 일방적 부인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디지털 증거는 ‘내가 작성하거나 만든 게 아니라고 부인하면 그만’이었다.

이런 맹점을 극복하기 위해 국회는 개정안에 ‘피고인이 부인해도 과학적 분석 결과에 기초한 디지털 자료는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번 개정안은 중요 혐의에 무죄 선고가 난 공안사건 재판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측면이 있다. 2011년 간첩단 ‘왕재산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법원은 총책 김모 씨에게 간첩 혐의가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가 북측 인사와 e메일로 주고받은 ‘조직 구성 방안’ 등은 본인이 작성 사실을 부인한다는 이유로 법원이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고 반국가단체 구성 혐의는 무죄가 됐다. ‘국정원 댓글 사건’에서도 수사 당국은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의혹이 있는 e메일 첨부 파일을 증거 자료로 내세웠지만 법정에서 해당 직원이 “파일을 작성한 기억이 없다”고 주장하자 법원은 이 파일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한편 국회는 이날 아동학대 범죄 방지 강화 법안도 통과시켰다. 앞으로 학대 피해 아동은 직접 학대 부모를 수사 당국에 고소할 수 있게 된다. 또 아동학대 범죄 신고자에 대한 법적 보호가 강화돼 주변인들의 감시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아동학대를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신고의무자의 범위 또한 입양기관 종사자 등으로 확대된다.

이 외에도 국회는 ‘제3자 배임수재죄’를 신설해 청탁으로 자신이 아닌 배우자 등 제3자가 이익을 얻도록 한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게 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디지털자료#증거능력#형사소송법#개정안#국회통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