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창의체험, 불합격자가 14시간 많아… 베일속 ‘자동봉진’ 기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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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 스펙 분석]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고교생들에게 화두는 ‘자동봉진’이다. ‘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활동’으로 요약되는 창의적 체험활동을 더 많이 하려 애쓴다. 창의적 체험활동을 도입한 취지는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의 합격 또는 불합격의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기에 “일단 스펙을 쌓고 보자”는 학생이 많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수업을 마친 뒤나 주말 시간을 ‘자동봉진’에 할애해야 해 내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 압박을 받는 수험생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부모 사교육 등 외부환경 요소가 개입될 여지도 많다”고 지적했다.


○ ‘자동봉진’ 더 많이 해도 불합격


본보가 16일 종로학원하늘교육과 지난해 서울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지원자 259명의 스펙을 분석했더니 창의적 체험활동은 합격자(53명)와 불합격자(206명) 간 상관관계를 찾기 어려웠다. 특히 지역균형선발전형은 불합격자(평균 573.1시간)가 합격자(558.8시간)보다 창의적 체험활동을 14.3시간 더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 시간도 불합격자(702시간)가 합격자(676시간)보다 많았다. 최저 시간 역시 불합격자(470시간)가 합격자(427시간)보다 많았다.

합격자의 평균 시간이 불합격자보다 적었던 건 자율활동과 봉사활동이었다. 자율활동은 합격자가 203.5시간을 한 반면 불합격자는 222.1시간을 했고, 봉사활동은 합격자는 145.4시간, 불합격자는 147.7시간이었다. 이 외 동아리활동은 합격자(122.1시간)가 불합격자보다 5.8시간, 진로활동은 합격자(87.8시간)가 0.9시간 더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전형에서는 불합격자(83.5시간)가 합격자보다 진로활동을 16.7시간 더 했다. 이 외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분야는 합격자가 불합격자보다 활동 시간이 많았다. 전체 창의적 체험활동의 평균 시간은 합격자(563.2시간)와 불합격자(524.0시간) 간 격차가 39.2시간이었다.

내신은 평균으로만 따지면 합격자와 불합격자 간 상관관계가 있었지만 격차는 크지 않았다. 지역균형선발전형 합격자 평균 내신은 1.2등급, 불합격자는 1.3등급이었고, 일반전형은 합격자 1.3등급, 불합격자 1.6등급이었다. 합격자 중에는 내신이 최저 2.0등급(일반전형), 1.5등급(지역균형선발전형)인 사례도 있었다.

수상 경력은 합격자와 불합격자 내 최고·최저 개수 간 격차가 컸다. 지역균형선발전형 합격자의 경우 수상 경력이 최저 22개에서 최고 83개의 분포를 보였다. 불합격자 중 최고 수상 경력은 86개였다. 평균치는 합격자가 54.3개, 불합격자는 46.8개였다. 일반전형은 합격자(48.4개)와 불합격자(35.3개) 간 격차가 13.1개였다.

내신이나 비교과 스펙이 우수하다고 꼭 서울대에 합격한 건 아니다. 일반전형에서 합격자 평균 내신(1.3등급)에 들고 수상 경력이 평균(48.4개) 이상이면서도 불합격한 학생이 9.6%였다. 내신이 합격자 평균에 드는 학생 중 자율활동도 평균 이상이면서 떨어진 비율은 12.0%, 동아리활동이 평균 이상이면서 떨어진 건 5.6%, 봉사활동의 경우는 8.0%, 진로활동은 24.8%였다. 지역균형선발전형의 합격자 평균 내신(1.2등급)과 수상경력(54.3개)을 갖추고도 떨어진 비율은 25.9%였다. 내신이 합격자 평균에 드는 학생 중 자율활동이 평균 이상이면서 떨어진 비율은 25.9%, 동아리활동은 14.8%, 봉사활동은 24.7%, 진로활동은 23.5%였다.


○ ‘깜깜이’가 학생 부담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들이 소질과 진로에 맞는 각종 활동을 학교에서 얼마나 했는지 평가함으로써 공교육을 정상화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학생부종합전형 덕분에 학생들이 예전처럼 수능 성적과 내신에만 신경 쓰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건 맞다. 많은 교사가 “교육 주도권이 학교로 돌아왔다”며 학생부종합전형을 환영하는 이유다.

하지만 합격의 명확한 기준이 없는 점과 비교과 영역을 준비하는 게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는 점에도 동의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일반고와 자율형공립고 소속 학년부장, 진로진학부장 419명을 대상으로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16일 발표했다. 응답자들은 △평가의 공정성 의문(81.0%) △학생의 피로도 과중(66.7%) △사교육을 통한 서류 작성 및 면접 준비(61.4%) △평가 결과 예측의 어려움(50.8%) 등이 문제라고 꼽았다.

고교 3학년 아들을 둔 김모 씨(45·여)는 “아이가 교내 상을 한 개라도 더 타려면 학교에서 이름이 알려져야 할 것 같아 엄마들이 귀찮아도 학교운영위원회 등 직책을 꼭 맡으려고 한다”고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본래 취지가 성립하려면 내신을 한두 학기 망쳤어도 다른 것 때문에 합격한 사례가 공개돼야 한다. 그게 아니면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결국 대학이 내신도 스펙도 좋은 지원자를 뽑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안연근 서울진학지도협의회 회장은 “고교 현장이 열악해 비교과 영역을 준비할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 학생부와 관계없는 대학별 고사도 적절히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창의체험#자동봉진#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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