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년 징검다리 휴일도 임시공휴일 졸속 지정할 텐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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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계가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 가운데 실제 쓴 돈은 72.4%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최저였다고 현대경제연구원이 어제 밝혔다. 가처분소득이 100만 원 늘 때 72만 원만 추가 지출하고 나머지 28만 원은 통장에 넣어 둔다는 것이다. 가계가 지갑을 열게 하려고 정부는 6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난달 28일 지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임시 공휴일에 따른 내수 진작 효과는 1조3000억 원대에 이른다. 반면 일평균 수출액이 2조 원인 점을 감안하면 조업일수 감소에 따른 손실도 만만치 않다.

임시 공휴일은 소비 진작 카드지만 불과 8일 전에 지정해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통상 연휴 기간 소비 지출은 숙박업, 운송서비스업, 음식업, 오락문화서비스업 등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그러나 노는 날을 갑자기 정하면 여가 활동 계획을 제대로 짜기 힘들어 숙박을 하는 여행보다는 집에 틀어박히는 ‘방콕’이 많아진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 임시 공휴일에 쉰 중소기업은 36.8%에 그칠 정도로 기업 간 편차도 컸다.

내년에도 5, 6, 8, 10월 주말과 공휴일 사이에 평일이 낀다. 5월은 1일(월) 근로자의 날, 3일(수) 부처님오신날, 5일(금) 어린이날이어서 중간에 낀 날을 임시 공휴일로 하면 토요일인 4월 29일부터 9일 연휴가 이어진다.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낫다는 보장이 없는데 정부는 또 졸속으로 임시 공휴일을 정할 것인가. 지난해 8월 14일 임시 공휴일도 불과 10일 전에 결정했던 정부가 내년에도 즉흥성을 되풀이해선 안 될 일이다.

소비 부진은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가계가 돈을 장롱 속에 넣고, 주거비 급증으로 다른 씀씀이를 줄이고, 불확실한 미래 전망으로 저축을 최대한 늘리려 하면서 나타나는 불황형 경제의 단면이다. 기업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가계 부문에서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으면 불황의 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소비 진작책이 아닌 임시 공휴일 늘리기는 무대책이나 마찬가지다.
#임시공휴일#소비#소비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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