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로 오세요]대전에 가면 한손엔 ‘성심당 빵’, 또 한손엔 ‘봉이호떡’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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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성심당 본점 전경. 창업 60년이 된 성심당은 60년 기념 빵 및 새로운 제품 개발로 고객들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대전의 성심당 본점 전경. 창업 60년이 된 성심당은 60년 기념 빵 및 새로운 제품 개발로 고객들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대전역에서 열차에 타고 내리다 보면 이색적인 광경을 마주치게 된다. 강력한 스토리를 가진 ‘대전 출생’ 먹거리가 그것이다. 하나는 ‘성심당 빵’이고 다른 하나는 ‘봉이호떡’이다.

‘성심당(聖心堂)’이라고 쓰인 빵집 앞에서 빵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인파다. 일부 여행객은 빵을 사려다 열차를 놓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전역에서 출발하는 상행이든, 하행이든 열차 안에는 ‘성심당’이라고 쓰인 누런 종이가방을 든 여행객을 쉽게 볼 수 있다. 열명에 두세 명꼴은 이 빵을 구입한다. 주로 소보로빵과 부추빵이다. 무엇이 국민들을 ‘성심당 신드롬’에 빠져들게 한 걸까? 상호가 말하는 ‘성심(聖心)’이라는 게 이곳을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들의 공통된 평가다.

성심성의껏이 곧 대박 비결


성심당은 60년 전인 1956년 대전역 앞에서 찐빵집으로 시작했다. 현 임영진 대표의 부친 고 임길순 씨가 1951년 1·4후퇴 때 흥남부두에서 마지막 배에 승선해 피란 와 정착했다. 극적으로 살아난 그는 “살아서 가게 된다면 남은 일생을 가난한 이웃을 위해 바치겠다”고 기도했다고 한다.

그는 거제 피란민수용소를 거쳐 대전으로 온 뒤 대흥동 성당의 신부로부터 밀가루를 건네받으며 배고픔을 달랬고 이후 1956년 대전역 광장에서 찐빵집을 냈다. 이후 추운 겨울, 찐빵을 쪄 부뚜막 근처에 올려 놓으면 배고픈 사람들이 다가와 가지고 갔다. 부친의 배려였다. 이후 지금까지 성심당은 매일매일 팔고 남은 빵을 이웃을 위해 베푼다.

미슐랭가이드까지 등극


성심당은 발전을 거듭했다. 1981년 2대 경영이 시작되면서 임영진 대표는 부친의 뜻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제품도 선보였다. 유기농 우유를 사용해 풍미가 깊고 부드러운 케이크부티끄인 마들렌이 대표적이다. 또 개점 60주년을 기념해 시오팡, 시오앙팡, 시오깨빵, 초코보이 등의 제품도 선 보였다. 시오팡은 버터, 밀가루, 소금으로 단순하게 구운 빵. 갓 나왔을 때 한입 베어물면 입 안 가득 퍼지는 버터의 향과 소금의 짭짤한 맛이 환상적이다. 시오팡에 사용하는 버터는 프랑스 샤랑트 지방의 AOP등급 버터다. 임 대표는 “투명한 경영, 직원 모두 주인이라는 자세, 그리고 빵 한입을 깨무는 고객의 입장에서 정성껏 빵을 만들어 온 게 비결의 전부”라고 말했다.

이름만큼 친숙한 봉이호떡


봉이호떡
대전역 2층 고객대기실에 있는 ‘봉이호떡’은 이름처럼 친숙하다. 원래 대전 만인산휴게소에서 김봉희 사장이 판매해오다 꾸준한 사랑을 받으면서 대전역에 입점했다.

호떡 역사는 20년이나 됐다. 봉이호떡은 찹쌀에 중력 밀가루. 옥수수전분 등을 섞어 반죽을 한 후 24시간 숙성시킨다. 밀가루보다 찹쌀 비율이 높아 처음 씹으면 바삭하고 씹을수록 찰진 맛이 있다.

호떡 고명도 다르다. 계핏가루에 흑설탕을 넣는 일반 호떡과는 달리 견과류(땅콩)를 잘게 빻아 넣어 점성을 높였다. 호떡은 강철판 위에 식용유를 살짝 두른 후 튀기는 방식이 아니라 굽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충청도로 오세요#성심당#봉이호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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