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發 고속철 개통 2016년말로 연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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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역 주변서 4월초 발생했지만… 국토부는 1주일전 “8월말 개통”
공사업체 “준공 못맞출까봐 쉬쉬”… 정부, 문제없는 구간 ‘분리개통’ 추진

수서발 고속철도(SRT)의 완전 개통 시기가 연말로 미뤄진다. 국토교통부가 17일 8월 말에 개통하겠다고 밝힌 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또다시 개통 시기가 연기되는 것이다. 이달 초 용인역 부근에서 60m에 달하는 대형 크랙(crack·지반 균열)이 발견돼 보강공사가 필요해진 탓이다. 국토부는 ‘동탄∼지제’ 구간은 8월 말 개통하되, 크랙이 발견된 ‘수서∼동탄’ 구간은 연말로 개통 시기를 늦출 계획이다.



▼ 60m 지반균열 드러나… 은폐 의혹 ▼


24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수서발 고속철도(SRT) ‘3-2공구’. 휴일인데도 공사 인력과 자재를 실은 1.5t 트럭들이 지하 터널로 통하는 엘리베이터를 분주히 드나들었다. 지상에는 10명 남짓한 협력업체 직원과 굴착기 1대만 보였다. 현장 관계자는 “장비와 인력 대부분은 지하 노반공사 현장에 투입됐다”고 말했다.

현장 입구에 세워둔 ‘공사시행안내판’에는 공사 기간이 ‘2016년 12월 20일까지’로 표시돼 있었다. 최근에 수정된 듯 흰색 테이프가 덧대어 있었다. 국토교통부가 17일 밝혔던 개통시기(8월 말)가 일주일 새 4개월 정도 늦춰진 것이다.

정부가 SRT 완전 개통 시기를 또다시 연기하기로 한 것은 대형 크랙(crack·지반 균열)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이달 초 SRT 공사 구간 중 경기 용인시 기흥구 상갈동 부근의 ‘3-2공구’에서 60m 규모의 크랙이 발견됐다. 해당 구간은 광역급행철도(GTX)와 철로 일부가 공동 사용하게 될 용인역 건설현장이다. 성남역 주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국토부도 최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청와대 보고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들은 착공 전부터 지반이 약해 사업 초기부터 전문가들이 안전을 우려했던 곳이다. 크랙은 이달 초 발견됐지만 국토부가 이를 인지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차가 있어 현장에서 이를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실제로 공사에 참여한 업체 관계자는 “크랙 발생이 알려지면 준공 시기를 맞추기 어려울 것을 우려해 내부에선 쉬쉬했다”고 전했다. SRT는 당초 2011년에 착공해 지난해 12월 말 개통할 예정이었지만 지반공사가 늦어져 올 6월 이후로 개통이 연기된 상태다.

안전성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는 ‘분리 개통’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경기 화성시 동탄역∼경기 평택시 지제역’ 구간은 8월 말 정상 개통하고 크랙이 발견된 ‘서울 강남 수서∼경기 화성시 동탄역’ 구간은 보강 공사를 한 뒤 연말에 개통한다는 구상이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용인=천호성 기자


#고속철#수서#개통연기#지반균열#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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