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제정부]입법예고 시스템은 국민주권의 핵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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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부 법제처장
제정부 법제처장
담뱃갑에 폐암 등 흡연의 폐해를 알리는 경고 그림을 그리도록 하는 국민건강증진법이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경고 그림의 위치나 크기, 변경 주기 등을 규율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한 뒤 개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애연가들과 담배업계는 개인 선택권과 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경고 그림의 크기를 줄여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내놓고 있다. 반면 복지부나 일부 국민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찬성하고 있다.

입법은 우리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일 지정, 아파트 청약 관련 변경사항 등도 마찬가지다. 이런 입법 과정에는 국민이 쉽고 편리하게 접근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 예고가 수반된다. 입법 예고는 1983년 입법 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입법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다. 입법 예고는 관보 공보나 인터넷 신문 방송 등을 통해 공고하도록 되어 있지만 관보나 각 부처 홈페이지에만 간략하게 게재된 적이 많았다. 법령 개정 내용을 ‘널리’ 공고해야 한다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지면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21일 법제처는 국민이 입법 예고 법령안을 쉽게 찾고 편리하게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통합입법예고센터’를 정식 개통한다. 국민들은 관보나 각 부처의 홈페이지를 일일이 방문할 필요 없이 모든 법령을 곧바로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 입법 배경, 기대 효과 등 관련 자료도 접할 수 있다. 곧바로 법령에 대한 의견을 댓글처럼 간단하게 낼 수 있다.

이번 통합입법예고센터 개통에는 정부가 입법을 통해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귀를 씻고 공손하게 남의 말을 듣는다는 ‘세이공청(洗耳恭聽)’의 자세가 담겨 있다. 세종대왕은 근대적 조세 제도를 확립하면서 백성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결정했다. 1430년에 약 5개월간 여론조사를 실시해 17만여 명의 백성이 참여해 찬반 의견을 제출했고, 그 의견을 토대로 공법(貢法)을 보완했다.

4월 25일은 제53회 법의 날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입법 예고되는 많은 법령이 국민의 무관심 속에 지나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회가 복잡 다양해지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 수요도 계속 늘고 있지만 국민이 입법에 관심을 적게 가지면 정책 실현에 대한 무관심과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바로 통합입법예고센터에 들어와 본인과 관련된 법령안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면 본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제출하기를 권한다. 세종대왕 때처럼 입법 과정에 국민이 의견을 제출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주권에 기인한 또 다른 권리 행사다.

제정부 법제처장
#담뱃갑#경고그림#국민건강증진법#통합입법예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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