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철 맞아 유·도선 타보니… ‘안전 불감증’ 여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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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해경 3월 안전점검 실시… 위반사항 75건 무더기 적발
안전시설 미비-관리소홀 가장 많아

중부해경본부 소속 기동점검단이 한 유선(낚싯배) 조타실에서 안전규정 준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해경은 30일까지 인천과 경기, 충남 앞바다를 운항하는 유·도선에 대한 안전점검을 계속한다. 중부해경본부 제공
중부해경본부 소속 기동점검단이 한 유선(낚싯배) 조타실에서 안전규정 준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해경은 30일까지 인천과 경기, 충남 앞바다를 운항하는 유·도선에 대한 안전점검을 계속한다. 중부해경본부 제공
지난달 21일 인천 중구 남항나루터. 인천 앞바다에서 낚시와 관광을 즐기는 승객을 실어 나르는 각종 유·도선이 드나드는 항구다. 인천해양경비안전서 교통계 소속 해양 경찰관 3명이 승선 정원이 60명인 29t짜리 유선(遊船·낚싯배)인 S호에 올랐다.

이들은 배가 해상에서 침몰하거나 사고가 났을 때 승객이 탈출하는 데 필요한 구명조끼와 튜브의 제조연도, 수량, 정상 작동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이어 유선의 갑판에 설치된 각종 구조물의 적법성과 가스통과 같은 위험물 보관상태를 조사했다. 갑판의 구조를 불법으로 개조하거나 화물을 과다하게 선적할 경우 선박의 운항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조타실과 기관실에 들어가 야간에 켜야 하는 항해등을 비롯해 각종 항행장비의 안전성도 테스트했다. 그 결과 항해등 2개가 망가졌고, 선원 명부를 작성하지 않는 등 7개 위반사항을 적발해 시정 명령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선장과 기관장을 상대로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대처 요령을 교육했다. 이정원 경사(39)는 “출항에 앞서 각종 선박의 안전성과 규정 준수 여부 등을 미리 점검해 선주나 선장이 위험 요인을 스스로 개선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과 경기, 충남 앞바다에서의 해상치안을 담당하는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중부해경본부)가 본격적인 낚시철을 맞아 유도선에 대한 안전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중부해경본부가 지휘하는 인천과 평택, 태안, 보령 등 4개 해양경비안전서 관할 나루터는 모두 37곳. 이곳에서 하루 평균 100여 척의 유도선이 운항에 나서는데 성수기에는 2만여 명이 승선하고 있다.

불과 2년 전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승객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지만 아직도 선주들의 안전 불감증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부해경본부가 지난달 9∼21일 나루터 8곳에서 유선 9척과 도선 3척에 대한 민관합동 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위반사항 75건이 무더기로 적발된 것.

이번 점검에서는 안전시설 미비(33건)와 관리 소홀 및 점검 부실(23건)이 가장 많았다. 안전 규격에 맞지 않거나 부력기능을 상실한 오래된 구명조끼를 사용하고 있거나 화재가 났을 경우 대형 참사로 번질 수 있는 조타실과 기관실에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평택항에서 입출항하는 C카페리는 갑판에 미승인구조물을 설치하고 폭발 위험이 있는 가스통을 허술하게 관리했다. 태안항에 정박해 있던 A크루즈는 갑판의 객실 유리창이 파손된 채 방치됐다. 보령항을 드나드는 K호는 기관실 배전시설의 단자가 부식돼 누전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나루터의 안전시설도 문제가 많았다. 인천 월미항은 나루터의 콘크리트가 부서지고 야간 점화등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충남 서산 삼길포항은 부둣가 옹벽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고 추락방지턱이 크게 파손된 채 방치됐다. 충남 당진 도비도항은 선박을 묶어두는 계박설비가 망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원희 중부해경본부장(58·치안감)은 “이번 점검에서 적발된 위반사항은 모두 시정될 수 있도록 끝까지 감독할 방침”이라며 “아직도 상당수 선박이 안전조치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30일까지 단속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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