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자 40% “자살 충동 느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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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강화됐지만 치유노력은 부족

2011년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이 자살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정부는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이전까지 유명무실하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도 피해 학생의 신고가 접수되면 의무적으로 열게 했다. 24시간 운영하는 117학교폭력신고센터와 학교전담경찰관(SPO)도 생겼다. 그러나 학교폭력 감소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학부모들이 많다.

“요즘 학교폭력은 발생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성희롱과 성추행 관련 피해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1995년부터 학교폭력 근절 활동을 펼쳐온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 이유미 학교폭력SOS지원단장은 “학교폭력 건수 자체가 줄었다고 관심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단장은 피해 학생 중 자살 충동을 느낀 학생의 비율이 줄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피해자 10명 중 4명꼴로 자살 충동을 호소했고 이 중 절반은 실제 자살을 시도했다. 이 단장은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감시 체계와 처벌은 강화됐지만 피해 학생을 치유하려는 노력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장은 “실제 성인이 돼서도 학창 시절 피해를 극복하지 못하고 대학이나 회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식을 잃은 유족들은 오랫동안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했다. 불행한 사건, 사고로 죽은 게 아니라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는 비극적인 죽음을 막으려면 사건 직후 담임교사의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 단장은 “행정조치에 그치지 않고 담임이 피해 학생의 보호와 문제 해결에 얼마나 관심과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따라 사건 이후의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학교폭력#학폭#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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