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중 징계’ 드러난 퇴직공직자 5명 훈장 첫 몰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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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기념품’ 논란에 사후 검증 강화… 행자부, 근정훈장 자격 요건도 높여
경징계 사면 받더라도 제외 추진

지난해 퇴직하면서 근정훈장을 받은 공무원 가운데 5명에 대한 서훈(敍勳)이 올해 초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재직 중 징계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사후 검증을 통해 이미 퇴직한 공무원의 서훈을 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퇴직 공무원에게 주는 훈장은 전체 훈장 수여의 80% 이상을 차지하지만 그동안은 징계 여부를 확인하는 등 검증절차가 유명무실했다.

22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퇴직한 고등학교 교장 출신 신모 씨와 지방교육청 공무원 장모 씨, 법무부 직원 최모 씨 등 5명의 서훈이 올해 초 취소됐다. 두 명은 과거 재직 중 징계를 받았던 사실이 사후 검증 과정에서 뒤늦게 밝혀졌다. 나머지 세 명은 훈장 수여 결정 후 퇴직 전까지 남은 기간 동안 징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모두 33년 이상 공직에 복무한 뒤 퇴직한 공직자(사립교원 포함)에게 주는 근정훈장을 받았다. 지난해 수여된 전체 훈장 2만6602건 중 근정훈장은 2만2981건(86%). 상훈법에 따르면 공직자가 재직 중 징계 처분을 받으면 사면이나 말소되지 않는 한 근정훈장 수여 대상에서 제외된다. 규정대로면 이번에 취소된 5명은 당초 대상이 아닌데도 훈장을 받은 것이다.

정부는 근정훈장이 공무원의 ‘퇴직 기념품’으로 전락해 대한민국 전체 훈장의 위상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나오자 최근 사후 검증을 대폭 강화했다. 이 결과 처음으로 5명의 훈장 수여가 취소된 것이다. 지금까지 서훈이 취소된 경우는 ‘5·18민주화운동 진압 또는 12·12 군사반란의 죄’(176건), ‘3년 이상의 징역·금고형’(154건) 등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서훈 추천 과정에서 누락되거나 추천 후 발생한 징계 기록을 사후 모니터링 과정에서 확인해 취소한 것”이라며 “훈장의 격을 지키기 위해 각 부처에 훈장 수여 후에도 엄격하게 자격을 검증하도록 주문했다”고 말했다.

근정훈장 대상자를 선정하는 요건도 강화된다. 현재는 금품 수수나 음주사고, 성(性) 문란 등 3대 주요 비위(非違)의 경우에만 사면이나 말소가 되더라도 근정훈장 수여 대상에서 제외한다. 행자부는 이를 전체 징계 경력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되면 견책과 같은 경징계를 한 번이라도 받은 공무원은 사면이 돼도 퇴직 때 훈장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일반 서훈 취소 요건도 ‘3년 이상의 징역·금고형’에서 ‘1년 이상’으로 강화하는 상훈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공직자 퇴직 포상제도 개선과 서훈 유지 요건 강화로 대한민국 훈장의 품격과 영예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재임#징계#퇴직공직자#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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