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미래, 낙동강시대]“가덕도는 바다-하늘-육지가 조화 이룬 한국 경제발전의 요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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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신공항’ 개발계획

부산시가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의 활주로 조감도. 부산시 제공
부산시가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의 활주로 조감도. 부산시 제공
해상과 공중, 육상교통이 만나는 트라이포트(Triport)의 핵심이 낙동강 하구 서부산 지역이다. 역동적인 부산항 신항은 ‘가덕도 신공항’ 유치의 명분을 강화시키고 있다. 싱가포르 항에는 창이 공항이,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에는 스히폴공항이, 홍콩 항에는 첵랍콕 공항이 짝을 이루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덕도에 신공항이 건설되면 세계가 감히 부산을 넘보지 못할 경제발전의 요새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은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건설돼야 합니다. 안전하고 24시간 운영 가능한 공항, 경제성과 실현성 확보가 쉽고 복합 물류체계 구축이 가능한 그런 공항이어야 합니다.”

항공 전문가와 대한민국의 발전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어떻게 추진됐나


부산에서는 김해국제공항의 한계 때문에 24년 전부터 새로운 공항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소음으로 24시간 공항 운영이 어려워 신속한 여객 및 물류 수송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공항 북측의 높은 산들로 인한 안전성 문제도 끊임없이 지적됐다.

2002년 4월 15일 김해공항 북측 돗대산에 중국 민항기가 충돌해 129명이 사망하고 37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가 터지면서 ‘김해공항 가덕도 이전’은 열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중간에 정치 및 지역 논리가 끼어들었고 이 틈바구니에서 아직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김해국제공항은 해를 거듭할수록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지금도 김해공항은 오후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소형 비행기 하나도 내리고 뜰 수 없다. 24시간 하늘 길이 열려 있는 글로벌 시대의 반쪽짜리에 불과한 후진적 공항이다. 정부는 2007년 신공항 건설 타당성 조사 용역에 들어갔다. 이후 정부의 광역경제권 30대 선도 프로젝트, 지역발전 5개년 계획에 신공항 계획이 반영됐다.

새로운 공항은 항만과 육상교통망이 연계돼 쉼 없이 자맥질을 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바다와 하늘, 육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가덕도 동쪽 해안이 그런 곳이란 주장이다. 부산항 신항과 배후 도시 및 배후 철도, 33km²(약 1000만 평)에 조성 중인 국제산업물류도시 및 에코델타시티, 외곽순환고속도로가 씨줄과 날줄로 365일 연결되는 동북아의 관문도시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어떤 곳이어야 하나

신공항은 단순히 공항을 하나 더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 관문 역할을 하기 위한 24시간 운영이 필수적이다. 1980년대 이후 건설된 17개의 국제공항 가운데 11개가 해안에 자리 잡았다. 상해의 푸동(浦東), 홍콩의 첵랍콕, 싱가포르의 창이공항 등이 소음 문제를 해결하고 24시간 운영을 위해 해안에 건설한 대표적인 공항이다.

경제성과 실현성 확보도 중요한 요인이다. 김해공항을 그대로 두고 신공항 규모를 최소화하는 것이 그 방안이다. 국내의 인천과 김포, 일본의 나리타(成田)와 하네다(羽田), 간사이(關西)와 이타미(伊丹), 주부(中部)와 나고야(名古屋)가 주요 사례다.

가덕도와 함께 입지로 거론되고 있는 경남 밀양 하남지역은 10개 이상의 산봉우리를 깍아내야 한다. 이 가운데 신어산 덕암산 봉화산 등 김해와 창녕의 명산이 포함돼 있다. 또 깎아낸 토사량이 최소 1억6000만 ㎥ 이상으로 15t 트럭 2100만 대 분량이다. 산을 깎아내고 흙을 운반하는 데만 12년 6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진동 분진 소음 피해와 천혜의 평야지대 훼손, 환경파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사회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곳이 어딘지는 답이 나와 있다.

국토의 확장적인 측면에서도 660만 m²의 옥토가 사리지는 밀양과 해안 매립으로 새로운 땅이 생기는 가덕도의 비교는 거론할 가치조차 없다.

진행 상황은…


지난해 부산을 포함한 대구 경북 울산 경남 등 5개 시도 자치단체장들이 외국 전문 기관에 신공항의 성격과 규모·기능을 일임하고 유치 경쟁을 하지 않기로 한 뒤 표면상으로는 잠잠해진 모습이다. 현재는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과 한국교통연구원 컨소시엄이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이 용역은 6월 말이면 결론이 난다. 용역은 동남권 일대 현황 조사와 분석, 최적 대안 선정과 향후 추진 방안 마련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 신공항 입지 선정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항공 수요 조사 결과 영남 지역 5개 공항 중 김해공항의 점유율이 85% 이상을 차지했다. 정부에서 예측하고 있는 2023년 포화 상태도 앞당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김해공항 이용객은 1238만 명(국내 607만 명, 국제 631만 명)으로 정부의 예측치 1093만 명보다 13.3% 증가했다.

이 같은 김해공항의 폭발적 수요 증가와 함께 신공항 입지에 대한 동남권 지역 주민들의 생각도 크게 바뀌었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 대학들이 지난해 10월 공동으로 각 지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역을 불문하고 신공항 입지로 ‘밀양 하남’보다 ‘가덕 해안’을 꼽는 답변이 많았다. 김해공항을 폐쇄하지 않고 그대로 둬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김부재 부산시 신공항추진단장은 “동남권 신공항은 지역적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 미래 관점과 경제 논리로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부산의 미래#낙동강시대#가덕도 신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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