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 참여자 257명 신원 새로 밝혀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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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일대 대접주 성두환 일가 등… 日서 반환받은 ‘갑오군정실기’서 확인
기념재단, 명예회복특별법 개정 추진

동학농민혁명 당시 상황을 기록한 갑오군정실기 표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제공
동학농민혁명 당시 상황을 기록한 갑오군정실기 표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제공
문화체육관광부 특수법인인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기념재단)은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257명의 신원을 문헌으로 새롭게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기념재단은 “일본에서 되돌려 받은 ‘갑오군정실기’ 등 문헌과 현장조사를 통해 그동안 확인되지 않았던 혁명 참여자 257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갑오군정실기는 농민군을 진압하기 위해 파견된 도순무사 신정희가 1894년 9월부터 그해 12월까지 각급 기관과 주고받은 문서를 엮은 책이다. 동학혁명 연구에 중요한 자료인 이 책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넘어갔다가 2014년 문화재청이 일본으로부터 되돌려 받았다.

책을 통해 새로 확인된 동학혁명 참여자에는 혁명을 이끌었던 전봉준 장군과 함께 교수형을 당한 충청도 제천 청원 일대의 대접주 성두환 일가가 있다. 성두환은 아버지(성종열)와 아들(성병식)이 모두 동학혁명에 참여했다가 체포됐으며 재판을 거쳐 1895년 3월 처형됐다. 성 씨 일가는 동학혁명 이후 후손이 끊기면서 이름만 전해져 왔으나 이번에 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참여 사실이 확인됐다.

전북 남원 출신으로 백범 김구 선생과 함께 독립운동을 한 김형진(1861∼1898)도 동학혁명에 참여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김형진은 동학혁명이 실패로 끝난 뒤 만주에서 백범을 만나 독립운동을 했으며 이 사실은 백범일지에도 기록돼 있다.

이 밖에 경기도 죽산의 강원중, 강원도 원주 장우근, 충청도 목천 최인성, 황해도 강녕 민경순, 전라도 고산 최성호, 경상도 김산(김천) 장정용 등의 참여가 확인됐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 58명, 강원도 22명, 충청도 122명, 전라도 32명, 경상도 20명, 황해도 15명 등이다. 1894년 3월부터 1895년 2월경까지 한반도를 휩쓴 동학농민혁명에는 최대 100만 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 민족사학자 박은식 선생은 30여만 명이 참여했다고 기록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는 3644명이었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활동했던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에서 접수하거나 자체 조사한 수치다. 여기에 기념재단이 6년 동안 자체적으로 현장조사와 문헌을 통해 밝혀낸 61명에 이번에 밝혀진 257명을 더하면 모두 3962명이 된다.

기념재단은 이를 계기로 동학혁명 참여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해 2004년 제정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혁명 참여자가 확인되면 상시 등록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기념재단은 이번 문헌 및 사실조사 결과를 토대로 10월에 학술대회를 열어 농민군과 진압군의 활동을 새롭게 조명할 계획이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병규 연구조사부장은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한 사람들의 면면이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나왔고 한반도 전 지역에서 고루 혁명에 참여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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