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산업법 통과땐 공공의료 시스템 붕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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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손 안대… 건보체계 영향 없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둘러싸고 공방… 오해와 진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는 의료산업과 관련된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물론이고 보건의료 업계가 시끄럽다. ‘의료 민영화’와 ‘공공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 등 4개 단체가 최근 법안에 반대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낸 데 이어 야당이 법 시행 대상에서 의료 분야를 제외하는 대체 법안을 발의하며 정부와 날 선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맞는지 확인해봤다.

○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의료 영리화’가 있다?


야당 등 법안 반대 측에서는 “당정 및 여야 협의,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 등을 종합하면 의료는 사실상 핵심 타깃”이라고 주장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여당 간사인 강석훈 의원이 1월 국회 간담회에서 “(보건의료 부분을 빼자는 것은) 김치찌개에서 김치를 빼고 끓이자는 것”이라고 한 발언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컨트롤타워를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기획재정부에 설치하는 것도 그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법안은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컨트롤타워(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 설치, 5년 단위의 기본계획 수립, 투자와 지원, 관련 규제 완화 등의 기본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적용 대상은 제2조에서 ‘농림어업이나 제조업 등 재화생산 산업을 제외한 경제활동 관계산업’으로만 규정하고 있을 뿐 의료 분야는 명시되지도 않는다. 어떤 산업 분야이든 ‘서비스’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을 목표로 할 뿐 이를 곧바로 민영화나 영리화로 연계하는 것은 과도한 비약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 법안 통과로 공공의료 체계 무너지나

의료기관들이 산업화를 통한 돈벌이에 매달리면 병원비 폭등과 과잉 진료, 의료사고 증가, 질병 치료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 등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반대 측은 주장한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 의료 시스템 붕괴로 인한 피해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의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의료기관의 영리 자회사 허용, 제주도 내 외국인 영리병원 승인, 건강 서비스 관련 규제 완화 등은 사실상 의료 민영화의 전 단계라고 본다”며 “이런 파상공세식 민영화 시도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으로 정점을 찍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 측이 주장하는 영리 병원은 의료체계를 규정하고 있는 의료법을 개정해야 설립할 수 있다. 현행 의료법은, 모든 의료법인은 영리를 추구할 수 없는 비영리 법인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 조항이 바뀌지 않으면 영리 병원은 설립될 수 없다. 보건복지부 방문규 차관은 “의료정책의 변경은 개별법 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서비스산업발전법을 하나 만든다고 의료 영리화가 이뤄진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 의료 분야 제외하면 법안 통과될까

야당은 의료 분야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면 법안 통과에 합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내용의 대체 법안을 낸 더불어민주당 김용익 의원 측은 “최대한 양보한 결과”라며 “정부 여당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건강보험 의무가입을 비롯한 현행 의료법 규정들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법안 적용 대상 중 의료 분야를 제외해도 의료 영리화를 막겠다는 반대 측의 목적 달성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의료관광 활성화와 국내 의료업계의 해외진출 확대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할 기회만 되레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안은 현재 국회 기재위 소위에 계류돼 있다. 4월 총선 전 마지막 ‘원포인트 국회’가 열릴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양측 입장이 팽팽해 처리될지 불투명하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서비스산업법#의료민영화#공공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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