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성 노조들 연대투쟁과 특권, 안 먹히는 날 곧 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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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19일 현대자동차가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를 상대로 노조 간부 숙소용인 서울 용산구의 아파트 2채와 회사 소유 자동차 13대를 돌려 달라고 낸 소송에서 회사 손을 들어줬다. 노조는 과거 회사와 합의에 따라 이들 아파트와 자동차를 지원받았다. 이런 관행은 2010년 7월 노조 지원비를 금지한 개정 노조법이 시행되면서 불법이 됐으나 노조 측은 반환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금속노조가 차량 제조업체 스카니아코리아를 상대로 밀린 노조 지원비를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도 같은 취지로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스카니아코리아 노사는 단체협약에 의해 노조 지원비로 연간 2040만 원, 노조 지회장과 수석부지회장에게 각각 월 60만 원과 50만 원을 활동비로 지급했으나 이 역시 개정 노조법으로 불법이 됐다.

노동법과 정면 배치되는 노사합의나 협약은 효력이 없다. 그럼에도 노조가 아파트와 자동차의 반환을 거부하고 노조 활동 지원비를 내놓으라는 것은 소송에서 패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억지를 부린 것이다. 금속노조는 민노총 산하 산별노조다. 지난해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불법 시위의 대부분은 민노총이 주도했다. 민노총이란 조직은 회사 안에서나 밖에서나 법을 무시하는 게 체질이 돼버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민노총의 정치 투쟁이나 불법 파업 강행에 환멸을 느끼는 기업노조가 적지 않다.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금속노조를 탈퇴해 기업노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판결을 받은 자동차 부품업체인 발레오전장은 그런 기업노조 중 하나다. 대기업 노조에서도 탈퇴까지는 아니더라도 민노총의 지시가 먹히지 않는 조짐이 보인다. 금속노조 산하 금호타이어지회는 어제 금속노조의 임금피크제 거부 지시에도 불구하고 회사 측과 단체협약을 통해 임금피크제에 합의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 개혁 4법은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다. 야권은 노동법 개혁에 반대하는 민노총과 한국노총의 눈치를 보고 있다. 양대 노총의 태도는 실업난에 시달리는 노동 현장의 요구와 괴리됐다. 양대 노총에 소속되지 않은 ‘제3지대’ 노조가 이미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노총은 민노총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 양대 노총이 계속 개혁에 반대해 저항만 하고 있으면 언젠가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금속노조#현대차#노동법#노동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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