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불통이 키운 ‘울산시정 불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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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락 부산경남취재본부
정재락 부산경남취재본부
“노동특보요? 누가, 언제 임용됐나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권오길 울산본부장(49)이 황당한 듯 말했다. 울산시가 새해 첫 정무직 인사로 노동특보를 임용한 것을 두고 12일 “민주노총과 사전 논의가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권 본부장은 이렇게 되물었다. 특보 인선 과정은 물론이고 임용 후에도 민주노총 울산본부 측과 대화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임용 후 의례적인 상견례조차 없었다고 한다.

울산시 노동특보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울산본부 전 수석부의장 박동만 씨(56)가 임용된 것은 4일. 울산시는 김기현 시장의 공약에 따라 지난해 10월 8일 채용공고를 냈지만 1명만 지원해 무산됐다. 같은 달 21일 재공고에서 7명이 지원해 면접 등을 거쳐 박 특보가 최종 임명됐다.

국내 노동운동은 사실상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주도하고 있다. 울산에는 민주노총의 ‘주력’인 현대자동차는 물론이고 한국노총 소속 대형사업장(SK, 에쓰오일 등)이 밀집해 있다. 이들 노총 소속은 아니지만 지난해 강성 집행부가 들어선 현대중공업 노조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분규 발생 가능성이 높아 주목해야 할 사업장으로 꼽힌다. 한국노총도 11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9·15 노사정 대타협 파탄’을 공식 선언했기에 올 노사관계는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늘 그랬듯이 올해도 울산이 분규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 임용된 울산시 노동특보에게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노동특보는 분규 발생 사업장에 직접 찾아가 노사 대표를 만나 머리를 맞대고 필요하다면 중재도 설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임용 과정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시민이 많다. 울산시가 노동계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 노동계의 한 인사는 “노동특보 임용 전에 울산시 담당 간부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울산본부 사무실을 찾아가 특보 신설 취지를 설명한 뒤 적임자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면 힘이 더 실렸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불통 사례는 또 있다. 20년 전부터 추진한 신불산 케이블카가 아직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도 사회·환경단체와 제대로 소통하지 않았던 게 가장 컸다. 반대대책위원회는 6일 울산지법에 신불산 케이블카 무효 확인소송까지 제기했다.

김 시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공무원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으로 ‘속도’ ‘담대(용기)’와 함께 ‘소통과 공감’을 당부했다. 후한서에 나오는 ‘독목불림(獨木不林·나무 한 그루가 숲이 될 수 없다)’도 인용했다. ‘고수미음(高樹靡陰·키만 큰 나무는 그늘이 없다)’과 함께 나오는 말이다. 올해는 각계각층과 두루 소통하는 울산시정을 기대한다.

정재락 부산경남취재본부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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