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겸손한 자세 필요한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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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삼성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보니….”

대구시의 한 간부는 최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가 마치 (지방자치단체에) 호통치듯 하는 모습을 보면 씁쓸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설립 1년이 지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자체의 ‘상전’으로 올라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 정부의 핵심정책으로 추진되면서 센터가 지자체 위에 군림하고 심지어 “오만해졌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로 우려를 낳고 있다.

대구센터를 맡고 있는 김선일 센터장(창조경제혁신센터협의회장)에 대한 뒷말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김 센터장은 지난해 9월 전국 1호로 출범한 대구센터를 맡아 의욕적으로 일한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대구시를 무시하고 독단적인 행태를 보인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대구시의 다른 한 간부는 “(김 센터장은) 대구시는 가만있는 게 창조경제와 센터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한다”며 “마치 창조경제라는 완장을 찬 듯한 모습에서 아쉬운 측면이 많다”고 했다. 창조경제센터는 이른바 ‘정권사업’으로 추진되다 보니 그 자체만으로 지역에서는 특권적인 공간으로 비친다. 게다가 대구와 경북의 센터장은 모두 삼성전자 임원 출신의 인사들이 맡고 있다. 삼성의 지원이 아쉬운 대구시나 경북도는 불만이 있어도 참아야 하는 형편이다. 그러나 창조경제는 정부나 삼성이 독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창업을 독려하고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게 센터의 주요 업무지만 이는 창조경제라는 이름을 내세우지 않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데도 정권을 등에 업고 창조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과연 센터가 얼마나 지속될지 의구심이 든다.

창조경제는 정부가 앞장서고 대기업을 끌어들여 이런 센터를 만들어 운영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대구지역 치킨 업체들이 뜻을 모아 치맥(치킨+맥주)산업을 활성화한 사례는 이런 센터와 관계가 없다. 창조경제라는 말을 굳이 쓰지 않아도 이런 사례들은 대구를 창조적으로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창조경제는 호들갑을 떨 것이 아니라 겸손하게 서로 협력하면서 하나씩 쌓아야 비로소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창조경제센터도 정권이 바뀌면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1호 센터인 대구센터가 지자체 등 지역사회와의 소통에 소홀한 것이 이를 재촉하는 건 아닌지 센터 차원의 진지한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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