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상황 한복판서… 글과 행동으로 삶에 대한 성찰 이끌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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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박경리문학상에 아모스 오즈] ‘오즈 문학’ 심사평

제5회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회의 회의는 7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심사위원들은 71명의 후보자 중에서 최종 후보 5명을 정했다. 최종 후보자는 아미타브 고시(인도), 아모스 오즈(이스라엘), 이사벨 아옌데(칠레), 밀란 쿤데라(체코), 필립 로스(미국)였다. 최종 후보로 거명된 작가와 작품은 두루 수상자가 될 만했고, 그중에도 오즈에 대한 평은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한국의 독자들이 해외 작가에 관심을 가질 때 그 시각의 초점에 있는 것은 대체로 유럽과 미국의 작가들이다. 그런데 최종 후보자들의 국적을 보면 미국과 인도, 칠레, 체코, 이스라엘 작가들이 두루 포함됐다. 이것은 한국의 문화적 시각이 그만큼 넓어졌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시각의 확대는 한국만 아니라 지구 곳곳에서 감지될 수 있는 사실로서, 세계화와 문화의 교류가 두루 진행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수상자 오즈는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유대인이다. 유대인이라는 것은 그에게 문제적인 사실이 된다. 이스라엘은 유럽과 아프리카 여러 곳에서 흩어져 살던 사람들이 유대인이라는 혈통에 근거해 새로 건설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국가로서의 이스라엘의 과제는 이미 다민족 다문화가 있는 땅에 단일 민족국가를 세우는 것이었다. 그것은 민족 간의 갈등을 불가피하게 하고 민족주의의 강조를 요구한다. 이런 요소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은 이스라엘인에게 피할 수 없는 과업이다.

그러나 집단의 요구와 개인적 실존의 일치와 불일치는 어떤 경우에서나 문학작품의 숨은 주제의 하나다. 문학이 그려내는 체험은 개인의 관점을 떠날 수 없다. 문학이 펼치는 이야기는 대체적으로 개인과 집단 사이의 이탈과 화해의 과정을 포함한다.

제5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오즈는 이런 문제적인 상황의 한가운데 있는 작가이다. 그는 한때 이스라엘 노동당의 후계 지도자로 예견되기도 했다. 그는 생활로서의 공동체와 정치를 경험했다. 우파 민족주의자인 부모 아래서의 성장, 청소년기 키부츠의 공동체 사회주의적 삶, 자신의 농장에서의 농부로서의 삶이 그것이다. 그의 정치적 관심은 이스라엘의 정치적 시련과 전쟁의 구체적인 상황에서 연유했다. 그의 정치적 입장은 좌파 진보주의에 속한다고 할 수 있지만 동시에 우파 이념인 이스라엘 민족주의를 포용한다. 그것은 투쟁적인 민족주의가 아니라 평화의 이상에 의해 분명하게 한정되는 민족주의다.

국가·사회·시대가 갖고 있는 어려운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문학작품에서 찾을 수는 없다. 그러나 문학은 그러한 문제의 조건하에서 이루어지는 삶의 모습을 그리고 이상을 표현한다. 오즈의 소설은 이런 문학의 기능에 충실하다. 이스라엘의 상황은 인간의 삶에 특이한 기율을 요구한다. 그것은 필요한 것이면서도 억압적 성격을 가질 수 있다. 이것은 미완성의 국가에서 불가피한 일이다. 그러나 완성된 국가가 있겠는가? 국가에는 언제나 지켜야 할 것이 있고 이룩해야 할 이상이 있다. 우리에게도 이룩해야 할 과제가 너무나 많은 것이 아닌가. 오즈가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우리의, 그리고 오늘날 세계의 문제적 성격들을 생각할 때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닌가 한다.

김우창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장
#오즈#심사평#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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