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 안맞는 이유 있었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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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장비 고장 - 장애 최근 3년간 1207건
고층 기상-바람 관측장비 말썽 잦아도 점검횟수는 年 107회 → 24회로 줄여
1025대 중 81대, 10년 넘어 노후화

기상청 기상장비들이 고장 나거나 일시적으로 장애가 생기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최봉홍 의원(새누리당)이 최근 기상청에서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2013∼2015년(7월 말 기준) 지상 및 해양, 항공 등 각종 기상장비에서 1207건의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항공기상 및 고층기상 관측장비의 장애 및 고장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특히 바람 관측장비 ‘윈드프로파일러’의 고장은 2013년 8건, 2014년 15건에 이어 올해(7월 말 기준) 35건으로 급증했다. 반면 정기점검은 2013년 107회에서 올해 24회로 급감했다.

기상장비 노후화도 문제로 나타났다. 10년이 넘은 노후장비가 전체 1025대 중 81대(8%)에 달했다. 바람과 눈, 비 같은 외부자극에 노출되는 기상장비는 노후 속도가 빠른 만큼 각각의 규격표준에 따라 5∼10년마다 일부 부품이나 장비를 교체하도록 돼 있다. 최 의원은 “윈드프로파일러의 유지 보수와 관리를 전담하는 업체가 없어 장애가 발생해도 거의 방치되고 있다”며 “잦은 고장과 장비 노후화는 기상관측 데이터의 질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국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강원 원주시에 설치된 한 장비는 올해 3월 장애로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 반까지 11시간 반 동안 데이터가 누락됐다. 이처럼 장시간 데이터 누락이 계속되면 예보가 잘못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상청은 장비 점검횟수가 줄어든 것에 대해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6개월 단위로 진행해도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과거 관리보수를 맡았던 민간업체가 불필요하게 잦은 점검을 하면서 비용을 부풀린 면이 있다”며 “세금으로 나가는 비용인 만큼 이를 적정한 수준으로 되돌려 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4억4000만 원이던 연간 점검 비용을 1억8000만 원으로 줄여 책정해 놓은 상태다.

기상장비 조달, 보수 용역 등을 맡았던 업체와의 갈등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또 다른 원인이다. 기상청은 일부 장비의 관리보수를 맡았던 케이웨더와 ‘라이다(LIDAR)’라는 돌풍(윈드시어) 탐지장비 구입을 둘러싼 민형사 소송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7월 이 업체와의 계약이 종료된 이후 새 업체를 물색 중이지만 외국보다 떨어지는 기술 수준, 비용 등 문제로 1년이 넘도록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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