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평가절하 된 금정산을 살리는 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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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휘·부산경남취재본부장
조용휘·부산경남취재본부장
부산시민에게 금정산은 어떤 의미일까.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안식처, 정신적 탯줄, 후대에 물려줄 아름다운 자연유산, 생태계의 보고, 부산의 허파….

금정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자는 부산시민의 염원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금정산국립공원시민추진본부가 다음 달 10일 펴낼 ‘금정산 국립공원 추진 100인은 말한다’라는 책에서 각계각층의 시민들은 금정산을 이렇게 정의했다.

시민추진본부는 책 1만 권을 만들어 청와대 국회 대법원은 물론이고 정부 각 부처와 주요 기관에 보낼 예정이다. 3000여만 원에 이르는 발행비용은 1000여 명의 회원과 몇몇 향토기업의 협찬을 받았다.

이 책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은 “우리 마음에서부터 금정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일부터 하자”고 제안했다. 여여선원 정여 스님은 “금정산을 방치하고 훼손한 것은 부산시민에게 책임이 있는 만큼 잘 보존해서 후손에게 넘겨줘야 할 의무도 우리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최수영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금정산이 마땅히 2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시민추진본부 강종인 회장은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은 부산시민의 바람이며 시대적 소명이다”고 했다.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부산시민운동은 2013년 2월부터 시작됐다.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여 지역 발전은 물론이고 전문적인 공원관리로 생태계 보전과 고품격 탐방 관광서비스를 위한다는 취지였다. 6대 광역시 중 반경 50km 안에 산악형 국립공원이 없는 곳은 부산과 울산뿐으로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뜻도 포함됐다. 6월에는 지난해 4월부터 금정산에서 받은 시민 서명지 10만 장을 부산시에 전달했다. 2월에는 토론회도 열었다. 하지만 금정산의 87%를 소유한 지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산성마을과 범어사 주변 음식점들도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 생업과 무관하지 않고 사유재산권 침해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예산 2억 원을 들여 내년에 국립공원 지정 타당성 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서두르지 않고 시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며 “인근 경남 양산시와의 협의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당국과 부산시, 이해당사자는 각종 규제의 지속보다는 국립공원 지정에 따른 현실적인 혜택을 선택한 전남 무등산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무등산은 2002년부터 국립공원 지정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민관이 힘을 합해 공원의 76%였던 사유지 지주들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결국 11년 만인 2013년 3월 21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그동안 금정산은 국립공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가치가 평가절하 되고 각종 불법행위로 곳곳이 신음하고 있다. 후손에게 소중한 자산이 될 금정산을 보전·복원하는 방법이 무엇일지 답은 분명하다. 그것이 부산의 미래이며 금정산을 영원히 살리는 길임을 잊어선 안 된다.

조용휘·부산경남취재본부장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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