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홍준표-안상수 ‘상생의 길’로 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경남이 당분간 조용하게 됐다. 앙숙으로 불리는 홍준표 경남도지사(61)는 이번 주, 안상수 창원시장(69)은 다음 주 휴가를 가기 때문이다. 경남도민들은 두 낙향 정치인의 끝없는 다툼에 “해도 너무한다. 넌더리가 난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최근엔 마산로봇랜드 조성사업과 관련해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경남도는 “윤한홍 행정부지사가 민간투자 유치를 완성하려는 시점에 안 시장이 엉뚱한 발언을 해 찬물을 끼얹었다”고 주장한다. 대기업에 특혜를 주려는 것처럼 왜곡했다는 요지다.

홍 지사는 “로봇랜드 사업에서 발을 빼고 창원시와 공동사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참여정부 때 시작한 대형 프로젝트를 단박에 차버린 꼴이다. 로봇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반겼던 마산주민들의 기대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백번을 양보하더라도 경남도의 대응은 견문발검(見蚊拔劍·모기를 보고 칼을 뺌) 수준이다.

홍 지사는 ‘정신이 나가도 유분수’ ‘일개 시장’이라고 안 시장을 몰아붙였다. 법인격이 다르고 상당 부분 독립 사무를 수행하는 기초단체장에게 부적절한 표현이다. 시장 군수는 직함이나 관할이 도지사와 다를 뿐 ‘아랫것’이 아니다. 반대로 연령이나 경력을 내세워 도지사를 ‘후배’로 대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다.

홍 지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창원시의 광역시 승격 추진도 ‘정치놀음’으로 규탄했다. 되지도 않을 일을 한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사실 통합 창원시는 2010년 이명박 정부가 행정 통합의 본보기로 삼기 위해 마산 창원 진해를 억지로 묶은 결과물이다. 인구 109만 명에 지역내총생산(GRDP)은 32조 원으로 강원도와 비슷하다. 면적(743km²)은 서울 대전 광주보다 넓다.

광역시 승격 요구는 덩치만 키워놓고 몸에 맞는 옷이나 살림살이를 장만해주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타난 흐름 중 하나다. 금기와 성역이 적고 입이 열려 있어야 풀뿌리 민주주의다.

로봇랜드 파문 이후 말을 아끼던 안 시장은 지난달 말 “휴가 뒤 홍 지사에게 면담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나마 다행이다. 삶이 팍팍할수록 상생의 자치, 희망의 정치가 필요하다. 그걸 제대로 실천해야 고수(高手)다. 두 단체장이 휴가지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성정을 잘 다듬어 업무에 복귀하길 기대한다. ‘주민을 사랑하는 일(愛民)보다 더 높은 뜻은 없고, 주민을 즐겁게 해주는 것(樂民)보다 더 두터운 행동은 없다’고 했던 제나라 재상 안자(晏子)의 말을 되새겨본다.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man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