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농산물 수입, 정부 마음대로 결정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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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선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농산물수급조절위원회 위원장
노재선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농산물수급조절위원회 위원장
최근 양파 등 일부 채소류 가격이 평년보다 많게는 50% 이상 올랐다. 지난해에는 풍년으로 채소류 가격이 이례적으로 낮았는데, 언론은 채소류 가격 상승률을 지난해와 비교해 자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또 농업계는 정부가 농산물 수입을 늘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농산물 수급 불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3년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생산자·소비자 대표와 정부 관계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농산물수급조절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위원회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을 거쳐 수급조절 매뉴얼을 바탕으로 농산물 수급상황을 점검한다. 이어 어떤 대책을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논의한 뒤 심의한 의견에 따라 민간 자율대책과 정부의 수급대책을 추진한다.

수급조절 매뉴얼에는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배추와 무, 고추, 마늘, 양파 등 주요 품목의 도·소매가격, 생산비 등을 고려한 통상적인 가격의 범위가 정해져 있다. 또 가격의 급등락 정도에 따라 위기 단계를 ‘안정-주의-경계-심각’으로 구분해 위기 상황별 수급대책을 정해 놓았다.

이와 같은 새로운 수급조절 방식은 정부의 재량적 판단에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가격 등락에 따른 대책과 가격 조정에 대한 신호를 지속적으로 시장에 보낸다. 또 시장 참여 주체는 이러한 신호에 반응한다. 생산자는 가격이 안정될 수 있는 범위에서 적정한 이윤을 추구하고, 유통·저장업체의 가수요 유발을 억제한다. 이와 함께 소비자는 가격 변화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해 소비를 하게 된다. 수급대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예측 가능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경제 주체들의 합리적인 시장 참여를 유도해서 농산물 수급조절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다.

농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농산물 가격을 내리기 위해 수입을 무분별하게 확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수급조절 시스템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급조절 매뉴얼에 따르면 경계·심각 단계가 지속되거나 심각한 공급량 부족과 같은 불가피한 상황에 수입을 추진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도 생산자와 소비자 등이 참여하는 수급조절위원회의 합의를 통해 수입 여부를 결정한다.

새로운 수급조절위원회는 농산물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와 합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잦은 태풍 등으로 주요 채소류의 수급 불안이 우려되는 시점에 박근혜 정부가 도입한 수급조절 시스템이 농산물 수급 안정에 기여하길 기대한다.

노재선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농산물수급조절위원회 위원장
#농산물#수입#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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