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차례 헌혈, 백혈병 환자에 골수이식, ‘에너지맨’의 사랑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2일 14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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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에너지에서 근무하는 김도현 씨가 6월 부산 해운대 백병원에 입원해 조혈모세포(골수) 채취에 앞서 
하트모양의 손짓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 백혈병 소아 등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고 헌혈을 총 41회 
실시하는 등 직원들 사이에서 봉사정신이 남다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사진=포스코에너지 제공
포스코에너지에서 근무하는 김도현 씨가 6월 부산 해운대 백병원에 입원해 조혈모세포(골수) 채취에 앞서 하트모양의 손짓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 백혈병 소아 등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고 헌혈을 총 41회 실시하는 등 직원들 사이에서 봉사정신이 남다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사진=포스코에너지 제공
하루아침에 백혈병에 걸린 환자가 가족으로부터 골수 이식을 받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가족 간 골수가 맞을 확률은 25%. 아빠, 엄마, 형, 동생 등 4명의 가족이 있다면 그 중 한 명에게는 이식을 받아 완쾌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가족이 없거나 누구 하나 골수 이식을 해주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타인에게 골수기증을 부탁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유전적 관련이 없는 이들 간에 골수가 맞을 확률은 2만분의 1이다. 우여곡절 끝에 골수가 일치해도 곧바로 기증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어서 확률은 더 낮아진다.

포스코에너지의 김도현 씨(사진·27)는 2010년 경북 소재 대형병원 소아암 병동에서 백혈병 어린이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했다. 3일간 백혈병 소아를 돌보며 골수기증이 귀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방법임을 알았다. 그는 곧장 대한적십자사를 찾아 자신의 골수 샘플을 등록하고 기증서명을 했다. 총 41차례 헌혈을 한 ‘에너지맨’이어서 적십자사를 찾아가는 발길도 가벼웠다.

골수기증서명을 했다는 사실도 잊어버릴 쯤. 그는 올해 3월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골수이식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데 이식 가능하냐는 것이었다. 그는 5년 전 자신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흔쾌히 기증 의사를 전달했다.

정밀검사를 받으러 병원을 가니 살짝 떨려왔다. ‘정말 수술을 하게 되는 건가.’ 심장 속도가 빨라졌다. 하지만 가슴속 쿵쾅거림은 의사의 검사 결과를 듣고 이내 사라졌다. 본인의 골수가 기증 받을 사람의 것과 100%에 가깝게 일치한다는 내용이었다.

“형제자매 간에 진행되는 동종 골수이식도 이식 가능한 확률이 25% 밖에 안 된다고 하는데 혈연관계도 아닌 제가 100% 일치한다고 하더라구요. 이런 것을 인연이라고 하는 거겠죠. 특별한 인연인데 그 분을 위한 골수 기증은 당연한거겠죠.”

김 씨는 골수기증을 위해 이달 부산 해운대 백병원에 입원해 조혈모세포(골수) 채취를 실시했다. 조혈모세포 기증은 골수기증과 말초혈 조혈모세포 기증으로 나뉘는데 이번에 실시한 방식은 전자다. 필요한 조혈모세포만 기증자의 혈액으로부터 분리, 채취하고 나머지 성분은 기증자의 반대쪽 혈관을 통해 다시 들어가는 이식 방법이다. 김 씨는 최근 성공적으로 골수 이식 수술을 마쳤다.

포스코에너지는 김 씨의 아름다운 마음을 응원하기 위해 골수 기증을 위한 특별휴가와 교통비, 입원비 일체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김 씨의 선행을 위해 특별 포상까지 준비할 계획이다.

“골수기증을 결심했을 때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서 이식 받을 분에 대해 궁금하지 않냐고 물어봤습니다. 저는 어떤 분이 받느냐 보다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해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저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골수기증에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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