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인터뷰]‘카카오 프렌즈’ 만든 권순호 캐릭터 디자이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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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생각 생각만 하지 말고 표현하라”

캐릭터 디자이너 권순호 씨는 청소년들에게 “창의력은 생각을 먼저 표현하는 일”이라면서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일이라면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고 도전해보라”고 조언했다.
캐릭터 디자이너 권순호 씨는 청소년들에게 “창의력은 생각을 먼저 표현하는 일”이라면서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일이라면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고 도전해보라”고 조언했다.
“인어공주는 수영을 많이 하는데 왜 어깨가 떡 벌어지지 않았을까요? 왕자가 신데렐라의 구두를 단번에 찾아준 걸 보면 신데렐라의 발사이즈는 270mm 이상이었겠죠?”

아름다운 동화의 판타지도 거침없이 깨버리는 독특한 상상을 하는 그. 캐릭터 디자이너 권순호 씨(39)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캐릭터인 ‘카카오 프렌즈’를 디자인한 주인공이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앙증맞은 캐리커처도 그의 작품.

독특하면서도 남녀노소의 마음을 공히 사로잡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그만의 비결은 무엇일까? 창의적 인재가 되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또 자녀를 그런 인재로 기르고 싶은 학부모들에게 그의 삶이 던져주는 실마리는 무엇일까?

경기 김포시에 위치한 권 씨의 작업실에서 최근 그를 만났다.

창의력? 먼저 표현하는 것!

“창의력은 독특한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하는 생각을 먼저 표현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생각을 하고 독특한 상상도 합니다. 같은 생각을 하더라도 그 생각을 어떻게 구체화시켜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제품이나 이미지, 서비스 등으로 내놓느냐가 관건이지요.”(권 씨)

그가 생각하는 창의력은 카카오 프렌즈의 캐릭터 제작과정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카카오톡 채팅창에서 이모티콘으로 사용될 캐릭터의 디자인을 의뢰받은 권 씨. 온라인상에서 대화할 때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점이 무엇인지를 먼저 곰곰이 생각해봤다. 문자만으로 소통하다 보니 본래 의미가 왜곡돼 상대방과 오해가 자주 생긴다는 점에 주목한 것.

“딱딱한 온라인 대화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바꿔줄 캐릭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화가 난 상황에서도 이모티콘을 보면 웃으며 화가 풀리는 그런 캐릭터 말이지요. 사람들은 웃음을 자아내는 대상을 함께 공유하고 싶은 욕구가 있잖아요. 이모티콘을 잘 사용하지 않는 세대들도 흥미롭게 사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답니다.”(권 씨)

넥타이를 매고 시계를 보며 급히 뛰어 가는 강아지 ‘프로도’, 밥상을 뒤엎는 오리 ‘튜브’, 머리를 찰랑거리며 잘난체하는 고양이 ‘네오’ 등 이런저런 상황에서 각양각색 표정을 지닌 재밌는 캐릭터들이 완성됐다. 이들 캐릭터는 인형, 빵, 팬시제품 등으로 제작되면서 이른바 ‘국민 캐릭터’가 됐다.

공감 이끌어내는 비결? 관찰!

권 씨가 창조한 캐릭터들의 표정에는 사람들의 심리가 녹아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거울처럼 비추는 공감 100%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어디서 나왔을까?

권 씨는 “무엇이든 오래도록 깊이 관찰한다”고 했다. 주변 사람과 사물은 물론, 사람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상황들도 세세히 관찰한다. 심지어 온라인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유심히 살피면서 사람들이 특정 사안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갖고 있고 그 생각을 표출하는 방식은 어떤지도 관찰하는 것.

관찰로 얻은 정보들은 캐릭터 구상에서 중요한 자료가 된다. 특히 누구나 겪었을 법한 경험을 상황으로 설정하는 일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좌절’이라는 키워드를 표현한다면? ‘변기에 빠진 휴대전화를 바라보고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

“제가 만드는 캐릭터의 핵심은 전달력입니다.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고 사용되려면 사람들이 공감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구해야 되지요. 캐릭터뿐 아니라 제품이나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도 이런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권 씨)

“나를 관찰하라”

요즘 권 씨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게임기획자들과 협업해 자신이 만든 독특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는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모바일 게임을 몇 개를 출시했지만 고배를 마셨다고.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를 원하는지 제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까닭이지요. 게임 규칙을 더 단순하게 설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렇게 차근차근 배워나가고 있답니다.”(권 씨)

권 씨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몰라 혼란스러워하는 청소년들에게 “내가 어떤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지를 생각해보라. 그러기 위해 자신에 대해 한번 깊게 관찰해보라”고 조언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할까 두려워 도전을 꺼린다든가, 꿈을 찾는 과정에 스트레스를 먼저 받는 학생들이 많아요. 세상에 위험 부담이 없는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일에 도전해야 실패도 재미있지요.”(권 씨)

글·사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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