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다듬잇돌… 전역증… “인천시민 삶의 흔적 보러 오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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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박물관 시민 기증 유물특별전… 1990년부터 3000점 넘는 유물 모아
협궤열차 기관사복-염전자료 등 광복이후 인천역사 고스란히 담아

“서랍을 정리하다가 50여 년 전에 받은 전역증을 발견했는데 이것도 박물관에 기증할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시민들이 살아 온 과거의 삶이 투영된 자료는 무엇이든 전시물이 될 수 있습니다.” 인천시립박물관에 이 같은 유물 기증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인천 남구 유재권 씨(82)는 지난해 인천시립박물관에 퇴영(전역)증서를 기증했다. 1959년 육군참모총장이 발행한 이 증서에는 병장으로 제대한 그의 군번과 소속 부대, 근무 기간과 함께 ‘육군 현역에서 예비역으로 편입된다’고 적혀 있다. 인천시립박물관은 기증유물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증서가 당시 병무행정을 반영하는 소중한 자료라고 판단해 전시 유물로 결정했다. 유 씨를 포함한 유물 기증자 13명에게는 증서와 감사패를 주기로 했다.

인천시립박물관이 19일부터 시민들이 기증한 유물을 모아 특별전을 열고 있다. 1990년 유남옥 씨가 기증한 다듬잇돌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000점이 넘는 유물을 모았다. 기증 유물은 2012년까지 매년 수십 점에 불과했지만, 다양한 홍보가 시작되면서 2013년 284점, 지난해 271점으로 늘고 있다.

시민들이 기증한 유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돌도끼나 화살촉과 같은 선사시대 유물과 조선시대 청화백자 항아리 등 사료적 가치가 높은 유물이 많다. 광복 이후 인천의 역사와 시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반영된 유물도 상당수에 이른다.

일제강점기 서해안에서 생산한 소금을 경기 수원 일대로 실어 나르던 수인선 협궤열차가 1994년 운행을 중단할 때 마지막 기관사로 근무했던 박수광 씨는 자신이 입었던 기관사복을 기증했다. 김명국 씨는 1963년 설립돼 소금을 생산해 판매한 국영기업인 대한염업주식회사에서 근무할 때 모았던 염전 관련 자료를 내놓았다. 이들 자료엔 1970년대 인천의 남동, 소래, 군자 염전 사진과 도면, 당시 염전의 소금 생산량이 기록돼 있다.

이 밖에 1970년대 까까머리 학생들이 볼펜으로 꾹꾹 눌러 쓴 제물포고 동문회의 국민교육헌장 필사본과 당시 교복, 가방, 잡지, 졸업앨범, 시내버스를 탈 때 냈던 회수권 등은 중장년 세대들에게 미소를 짓게 한다.

1970년대 동아일보 인천주안지국에서 독자들에게 증정품으로 나눠 준 것을 보관해 오다가 기증한 문명수 씨의 성냥도 눈길을 끈다. 인천항으로 수입된 원목이 많아 항구 곳곳에 성냥공장이 들어섰던 시대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우성 인천시립박물관장은 “얼핏 보면 보잘것없어 보이는 낡은 물품도 개인의 삶과 지역의 흔적이 남아 있다면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이 될 수 있다. 유물 기증은 시민들과 함께 박물관을 만들어 가는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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