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기약없는 밤고개路 확장… 시민 분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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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2.5km 가는데 40분, 말이 됩니까?”

서울 강남구 밤고개로(세곡동사거리∼수서역사거리·2.5㎞)는 10개 차로가 6개로 줄면서 매일 출퇴근 때마다 혼잡을 빚는다. 최근 퇴근길 차량들이 수서역사거리에 길게 늘어선 모습. 강남구 제공
서울 강남구 밤고개로(세곡동사거리∼수서역사거리·2.5㎞)는 10개 차로가 6개로 줄면서 매일 출퇴근 때마다 혼잡을 빚는다. 최근 퇴근길 차량들이 수서역사거리에 길게 늘어선 모습. 강남구 제공
“‘해 준다 해 준다’ 한 게 언젭니까. 2.5km 가는 데 40분이나 걸린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서울 강남구 밤고개로를 바라보는 이모 씨(44)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몇 년 전 경기 성남시 분당으로 이사한 이 씨는 승용차로 밤고개로를 이용해 직장이 있는 강남구 삼성동까지 출근한다. 15km 남짓한 거리지만 1시간 반이나 걸리는 고된 출근길이다. 그중에서도 2.5km 정도의 밤고개로는 이 씨가 꼽는 최악의 코스다. 오전 7시 전에 집을 나서도 이곳을 지나는 데만 30∼40분은 족히 걸린다. 비나 눈이라도 오면 언제 길이 뚫릴지 기약도 없다. 분당∼수서 고속화도로로 바꿔 봤지만 출근 전쟁은 마찬가지였다. 허겁지겁 출근해서 일하다 보면 반졸음 상태에서 하는 일 없이 오전을 보내게 된다. 퇴근길은 차가 덜 붐비는 늦은 시간에 맞춰 회사를 나서지만 집에 도착하면 몸이 파김치가 돼 침대에 눕기 일쑤다. 이 씨는 ‘다시 서울로 이사해야 하나’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서울 강남구 세곡동사거리와 수서역사거리를 연결하는 밤고개로. 이곳은 판교·분당·수지와 강남을 연결하는 주요 관문이다. 주변에는 KTX 수서역세권 복합개발과 함께 강남·세곡보금자리 같은 대규모 택지조성사업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문제는 강남으로 이어지는 10차로 ‘대왕판교로’(용인 수지∼세곡동사거리)가 밤고개로로 접어들면서 6차로로 4개 차로가 줄면서 생긴다. 이 같은 기형적인 구조 때문에 차량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만 되면 수백 m의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한다.

강남(6821가구·94만 m²)·세곡(4456가구·77만 m²) 보금자리 주택을 조성하면서 교통 대책이 미흡했던 것이 원인이다. 아파트 단지 조성에 맞춰 도로를 새로 내거나 확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사업자인 LH와 SH는 광역교통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현행법에는 100만 m² 이하의 택지 조성 사업은 별도의 광역교통대책을 수립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4, 9월 강남보금자리주택과 세곡보금자리주택의 잔여 가구 입주가 마무리되면 길 막힘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이 지역의 교통 체증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해 4월 밤고개로 전 구간 확장 등에 대한 용역을 발주했다. 하지만 용역 결과가 나와도 투자심사 실시설계 예산확보, 용지보상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도로 확장까지는 빨라도 4, 5년은 더 걸린다.

급한 대로 일부 구간만 확장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강남구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난해 이 지역의 도로망 확충 등의 내용을 담은 ‘세곡지구 교통대책’을 마련해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세곡사거리∼세곡동주민센터’(600m)와 ‘역세권 개발 예정’(800m) 구간은 6차로 그대로 두고, ‘강남·세곡보금자리주택’(600m)이 접한 구간과 ‘KTX 수서역’(500m) 구간만 8차로로 넓힌다는 안인데 확장 구간은 전체 구간(2.5km) 중 1.1km 정도다.

하지만 이들 구간조차 확장 계획만 갖고 있을 뿐 구체적인 시기나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역세권 개발 예정지는 현재까지 사업자가 확정되지 않아 도로 확장 계획을 세우는 것조차 쉽지 않다. 또 일부 구간만 넓히면 ‘올록볼록’한 구조가 오히려 병목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사업 진행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올해 말 KTX 수서역이 완공되면 밤고개로 이용객들이 늘면서 수서역의 기능 저하까지 우려된다. 강남구 관계자는 “밤고개로 확장을 포함한 포괄적인 세곡지구 교통대책은 강남구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대규모 교통관리 정책인 만큼 정부와 서울시 차원의 종합적인 교통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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