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업종이 뭐길래… 1년만에 공장 재가동한 中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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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명진산업의 ‘기막힌 사연’
2014년 준공한 제2공장 ‘세탁업’ 분류… 제조업 인정 못받아 산단 입주 제한
규제개혁 건의 끝에 가동 승인 받아

울산의 한 중소기업이 국가산업단지에 공장을 지은 뒤 가동을 시작하기까지 1년이나 걸렸다. 국가산단을 관리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이 해당 중소기업의 업종을 ‘제조업’이 아닌 ‘세탁업’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현행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과 산업 집적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산단에는 세탁업이 입주할 수 없다.

울산 남구 여천동 미포국가산단의 명진산업㈜(대표 이순기)이 제2공장을 준공한 것은 지난해 4월. 석유화학제품을 담는 용기인 폐(廢)폴리에틸렌드럼을 활용해 중고 성형 완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석유화학 관련 업체에서 용기 주문이 밀려들자 20억 원을 들여 1공장 바로 옆에 2공장을 증축한 것. 공장 가동을 위해 산단공 울산지사에 신고를 했으나 ‘업종 불부합’이라며 가동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 철 드럼을 생산하는 1공장은 ‘제조업’이 맞지만, 2공장은 폐폴리에틸렌드럼을 세척해 다시 사용하기 때문에 ‘세탁업’으로 본 것. 제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제2공장은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었다.

명진산업은 지난해 5월 이런 내용을 울산시에 규제개혁 안건으로 접수시켰다. 지난해 12월 울산시청에서 열린 행정자치부 부산시 울산시의 ‘부산·울산지역 규제개혁 끝장토론회’에서 현장 건의로 채택됐다. 울산시도 적극 움직였다. 올 들어 2월까지 울산시 관계자가 현장을 세 차례 방문한 데 이어 울산시 도시개발과 직원들은 산단공 울산지사 관계자와 두 차례 업무협의를 했다.

시 규제개혁추진단은 산단공에 협조 요청 공문을 세 차례 보냈다. 이길영 시 규제개혁추진단장은 지난달 13일 산업통상자원부 입지총괄과를 방문해 명진산업 규제 해결을 건의했다. 이에 산자부는 산단공 울산지사에 ‘업종분류 자문회의’를 열도록 했다. 자문위원으로 대학교수 등 전문가 5명을 위촉했다. 현장방문 등을 거쳐 이달 4일 열린 자문회의에서 명진산업 제2공장의 업종이 ‘제조업’으로 최종 결정했다. 명진산업은 11일 제2공장 입주계약 신청과 동시에 공장 가동 승인을 받았다.

명진산업은 “2공장 가동으로 연간 30억 원의 매출과 10여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명진산업과 함께 지난해 12월 규제개혁 끝장토론회에서 울산의 종이·펄프 생산회사인 무림P&P㈜의 ‘공업용수 재사용’ 건의도 현재 환경부가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다. 무림P&P는 하루 9만 t의 공업용수 가운데 3만 t을 재사용했지만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으로 올해부터 재사용 공업용수도 탁도와 냄새 등이 공업용수 수질 기준에 맞아야 한다.

이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추가 설비가 필요해 무림은 3만 t의 공업용수 재사용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연간 47억 원의 용수비가 더 들어가게 된다. 회사 측은 종전과 같은 법률을 적용해 달라고 건의했고, 환경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김기현 시장은 “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만족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과감하고 빠르게 규제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울산#명진산업#세탁업#규제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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