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꿈을 만나다]두 발에 생명을 “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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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이 만난 페도티스트 박인식 씨

박인식 페도티스트(왼쪽)를 만난 충남 천안서당초 5학년 김하늘 양(가운데)과 경기 광명광덕초 2학년 홍종우 군. 박 씨는 “페도티스트는 환자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인식 페도티스트(왼쪽)를 만난 충남 천안서당초 5학년 김하늘 양(가운데)과 경기 광명광덕초 2학년 홍종우 군. 박 씨는 “페도티스트는 환자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신는 일은 중요하다. 발 건강이 모든 건강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맞지 않는 신발을 신으면 오래 걷기도 힘들다.

사람마다 다른 발의 특성을 확인해 그 사람에게 꼭 맞는 신발을 설계하는 직업이 있다. 바로 ‘페도티스트(pedorthist)’. 페도티스트란 ‘발’을 뜻하는 그리스어 ‘ped’, ‘교정하는’을 뜻하는 영어 ‘orthotic’, 그리고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을 나타내는 영어 ‘ist’를 합친 말. 한마디로 ‘신발 교정전문가’다.

페도티스트는 어떤 일을 할까? 페도티스트가 되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

충남 천안서당초 5학년 김하늘 양과 경기 광명광덕초 2학년 홍종우 군이 최근 경기 고양시의 한 병원에서 박인식 페도티스트를 만났다. 박 씨는 국내 대형병원과 연계해 환자들을 위한 치료용 신발을 설계한다.

발은 제2의 심장


김 양이 “페도티스트는 어떤 일을 하나요”라고 물었다. 박 씨는 “발의 뼈가 뒤틀려 발 모양이 비정상적으로 변했거나 두 다리의 길이가 달라 걷는 게 힘든 사람들이 있다”면서 “이들이 편하게 걷도록 맞춤형 신발이나 발 보조기를 설계한다”라고 답했다.

뼈, 근육 등 운동기관을 치료하는 정형외과에서 환자가 받아온 처방을 바탕으로 페도티스트는 신발을 설계한다. 신발이 설계되면 치료용 신발 제조업체는 설계대로 신발을 만든다.

“우리 몸에서 발이 왜 중요할까”라고 박 씨가 묻자 홍 군이 “우리가 걸을 때 우리 몸을 지탱하니까요”라고 말했다. 박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심장에서 각 신체기관으로 보내진 혈액을 끌어올려 다시 심장으로 보내는 역할도 한다”라고 말했다.

발로 인한 문제를 겪는 경우는 발에 장애를 가진 사람이나 류머티즘(근육이나 관절이 아픈 병) 환자뿐 아니라 요즘엔 평범한 여성들이나 어린이로까지 늘고 있다고.

발에 무리가 가는 하이힐이나 통굽 신발을 즐겨 신다 보니 발 모양이 비정상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어린이 환자 중에는 키 높이 신발을 오랫동안 신은 경우가 많아요. 키 높이 신발을 신으면 자세가 불안정해져요. 바르지 못한 자세로 어린이의 발과 발목의 약한 뼈가 체중을 지탱하다 보니 고장이 나기 쉽지요.”(박 씨)

박지성처럼 평발이라면?

페도티스트는 먼저 석고로 환자의 발을 본떠 발 모형을 만든 뒤 발 어느 부위에 이상이 생기는지를 확인한다. 그러고 환자가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신발의 겉과 안에 넣을 보조기구를 설계한다.

홍 군이 “박지성처럼 평발인 사람의 신발은 어떻게 설계하나요”라고 물었다. 박 씨는 “발바닥에서 안쪽으로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을 ‘종아치’라고 하는데 평발은 종아치가 없는 발”이라며 “신발 안 종아치가 있어야 할 자리에 넣을 보조기구를 설계한다”라고 답했다.

종아치가 지나치게 움푹 팬 발인 ‘오목발’도 있다. 오목발인 사람은 발 가장자리에 힘을 주고 걷기 마련. 이럴 땐 신발 가장자리에 지렛대 역할을 할 보조기구를 설계해 발 가장자리에 체중이 쏠리지 않게 한다.

“환자 마음 헤아려요”

“페도티스트가 되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나요?” 김 양이 물었다. 박 씨는 “대학에서 재활학, 물리치료학 등을 공부하면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페도티스트 전문지식을 충분히 쌓은 후 박 씨처럼 정형외과, 재활학과, 소아과 병원과 연계해 일하거나 치료용 신발 제조업체, 의료보조기 제조업체 등에 취직하는 길도 있다.

“환자의 고통을 공감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해요. 환자를 위하는 진심을 담아 신발을 설계해야 그 환자에게 꼭 맞는 신발이 완성되지요.”(박 씨)

고양=글·사진 공혜림 기자 hlgong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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