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병원 3개월 업무정지 처분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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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 “방사선사가 조영제 투입버튼 눌러 의료법 위반”
2014년 10월에… 종합병원급 이례적

서울 송파구 국립경찰병원이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국내에서 종합병원급 대형 의료기관이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것은 이례적이다.

22일 보건복지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경찰병원은 환자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시 방사선사가 조영제 자동 주입기 버튼을 눌렀다는 이유로 지난해 10월 서울 송파구보건소로부터 3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업무정지 처분은 환자와 가족들이 국민권익위원회와 보건소에 해당 사실을 고발함에 따라 이뤄졌다. 의료법 제27조 1항에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여기서 의료인은 의사나 간호사를 말하며 방사선사는 해당되지 않는다. 송파구보건소는 조영제 자동 주입기 버튼을 누르는 행위가 의료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업무정지 처분을 내린 것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무자격자가 의료행위를 할 경우 해당 기관은 3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받는다. 조영제는 MRI나 컴퓨터단층촬영(CT)과 같은 방사선 검사 때 혈관, 위, 장 등에 투입해 인체 조직이나 혈관을 잘 볼 수 있도록 하는 약품이다.

이에 대해 경찰병원 측은 “방사선사가 투입 버튼을 누르는 행위는 다른 병원에서도 관행적으로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MRI 촬영실에 환자가 들어오면 간호사가 조영제와 생리식염수가 들어갈 수 있도록 환자 정맥에 주입관을 설치한 뒤, 방사선사가 촬영을 진행하며 적당한 시점에 주입 버튼을 누른다는 것이다. 방사선사가 환자 몸에 직접 주삿바늘을 찌르는 것은 아니다. MRI 촬영이 시작되면 강한 자기장이 발생해 환자 이외에는 촬영실에 들어갈 수 없다. 밖에서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찰병원 측은 업무정지 처분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처분이 실행되면 모든 의료 행위가 금지돼 환자 진료 등을 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이 병원 입원 환자 등은 큰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500병상 규모인 경찰병원의 지난해 월평균 입원 환자는 7000∼8000명에 이르며, 외래 진료 환자는 월평균 2만 명이 넘는다. 경찰병원 측은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업무정지 처분이 실행될 경우 법원에 처분 정지를 요청하는 가처분신청을 낼 계획이다. 경찰병원 관계자는 “주입 버튼을 누르는 행위가 의료 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법정까지 가 봐야 결론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경찰병원의 처분 확정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른 병원에서도 방사선사가 버튼을 누르는 행위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다른 병원들에서도 조영제 투입 버튼을 방사선사가 누른다”며 “현장을 반영하지 못해 병원들이 위법을 저지르도록 하는 법 규정을 바꾸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과 일본에서는 방사선사가 조영제 버튼을 누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경찰병원 업무정지#경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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