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쓰레기 1만kg 감량, 지구가 웃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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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2월의 주제는 ‘약속’]<26>부산 구서태평양아파트 ‘환경 살리기’

“우리 한번 음식물쓰레기를 확 줄여 봅시다.”

2014년 4월 이런 공고문 한 장이 부산 금정구 구서태평양아파트 게시판에 붙었다. 쓰레기 버리는 비용도 줄이고, 환경도 살려 보자는 취지였다. 오고 가는 200가구 주민이 조금씩 공감하는 듯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주민들이 배출한 음식물쓰레기는 그 전년도 총 누적량보다 34.77%가 줄었다. 무게로 따지면 1만486kg에 이른다. 이 성과를 인정받아 금정구 19개 아파트가 경합에 나선 ‘2014년 공동주택 음식물쓰레기 감량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어느 아파트가 음식물쓰레기를 많이 줄였는지 비교했다.

구서태평양아파트엔 어떤 비법이 있었을까. 우선 시스템이다. 원래 이 아파트는 배출한 음식물쓰레기가 많든 적든 똑같은 처리비용을 부과했다. 전체 처리비용을 가구별로 나누는 것으로 끝. 그러나 2013년 11월 전자태그(RFID)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한 후 음식물쓰레기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RFID 종량제란 칩을 이용해 개개인이 버린 음식물쓰레기 무게를 측정해 그만큼 처리비용을 부과하는 시스템이다. 카드를 기계 투입구에 넣으면 투입구 문이 열린다.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면 ‘○○g입니다’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가구마다 한 달 동안 버린 무게를 측정해 관리비와 함께 청구된다. 눈으로 얼마나 많이 버리는지 매일 확인하다 보니 주민들의 마음가짐이 확 달라졌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노명희 관리소장은 “이번 기회에 쓰레기도 줄이고 환경도 살리자는 주민들의 한마음, 한뜻을 모았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주민끼리 서로 노하우도 공유했다. 음식물쓰레기 중 말릴 수 있는 것은 신문지 등에 펼쳐서 말린 뒤 투입구에 넣었다. 물기를 줄이면 무게도 줄어들고 음식물쓰레기를 비료나 가축사료로 재가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텃밭을 가꾸는 주민은 가정에서 재활용해 음식물쓰레기를 거름으로 활용했다.

그 덕분에 이 아파트의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은 절반으로 줄었다. 여름철이면 월 30만 원가량 나와 아파트 주민들이 나눠 냈는데, 월 15만 원 이하로 떨어졌다. 금정구 경진대회에 참가한 다른 아파트 중 한 곳을 빼면 모두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부곡쌍용아파트(―34.08%)와 부곡우신뉴타운아파트(―32.19%) 등 18개 아파트가 줄인 음식물쓰레기 총량은 전년 대비 총 434t에 달한다.

안 지킨다고 누가 잡아갈 일도 아니다. 스스로 후손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실천하는 일이다. 약속을 잘 지키게 하려면 사람의 의지도 중요하고 조금 편하게 실천할 수 있도록 기술과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부산의 아파트처럼 훨씬 큰 효과를 발휘하게 만들 수 있다. 사람의 의지만 내세워 약속 실천을 강조하지 말고 손쉬운 실천을 위한 도구에는 무엇이 있는지도 잘 살펴봐야 할 일이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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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쓰레기#지구#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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