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울대 유리조형디자인학과, 유리의, 유리에 의한, 유리를 위한 학과…시설비만 200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5일 10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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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27일 필리핀 엔더러의 학생들이 한국문화체험을 위해 남서울대학교 유리조형 디자인학과를 방문해 램프워킹 실습을 하고 있다. 학과는 유리문화 확산을 위해 열심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실습을 바탕으로 한 달에 3-4번 꼴로 외부의 체험행사에 강사로 참여한다. 유리에 대한 파이를 키워가면 곧 유리기반의 문화가 형성되고 이는 학과의 발전을 이루는 긍정적인 선순환 고리를 형성할 것이다.
2014년 10월27일 필리핀 엔더러의 학생들이 한국문화체험을 위해 남서울대학교 유리조형 디자인학과를 방문해 램프워킹 실습을 하고 있다. 학과는 유리문화 확산을 위해 열심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실습을 바탕으로 한 달에 3-4번 꼴로 외부의 체험행사에 강사로 참여한다. 유리에 대한 파이를 키워가면 곧 유리기반의 문화가 형성되고 이는 학과의 발전을 이루는 긍정적인 선순환 고리를 형성할 것이다.

남서울대학교 유리조형디자인학과 실습실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365일 24시간 개방돼 있다. 학생들은 원하면 언제든 작업할 수 있다. 기자가 찾았던 지난 8일에도 이 학과 최승균, 변영아 씨가 전공동아리 전시회에 낼 작품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학과는 블로잉실, 램프워킹실, 물레실 등 40개의 공동실습실과 개인별 좌석이 있는 학년별 실습실을 갖추고 있다. 전 세계 대학 중 남서울대에만 있는 글라스 워터젯 커팅기, 유리가마 50대를 포함한 70대의 가마, 1350℃까지 온도를 올려 한번에 70kg의 유리를 녹일 수 있는 용해로 2대 등 실습실 장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학교는 유리조형디자인학과에 시설비 200억 원과 기자재비 100억 원 이상을 들였고, 해마다 실습에 필요한 재료비로 5000만~1억 원을 쓴다. 실습실은 1995년 학과 개설 이래 3, 4년 단위로 기자재를 바꾸고 있다.

최고의 시설과 함께 융복합 커리큘럼은 이 학과의 전공전문성을 높여주는 또 다른 인프라다. 유리조형디자인학과의 커리큘럼은 유리, 조형, 컴퓨터, 디자인 등 4개 분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유리와 조형의 경계를 없애고 컴퓨터와 디자인 관련 과목을 배치해 융복합 분야를 두로 섭렵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1학년은 전공 적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조형연습’ 과목을 통해 4가지 분야의 포괄적인 개념을 배운다. 2학년은 ‘유리조형’ ‘도자조형’ ‘환경조형’ ‘3D프린팅’ 등의 과목을 듣는다. 3학년 때는 유리트랙의 경우 ‘램프워킹’ ‘블로잉’ ‘유리디자인’ 등 전공심화 과목을 배우고, 조형트랙은 ‘물레’ ‘건축도자’ ‘부조타일’ 등의 과목을 수강한다. 4학년은 10월, 혹은 11월에 개최하는 졸업 작품전 준비에 매달린다. 학과의 전임교수는 유리 부문에 4명, 도자 부문에 6명. 2015년 3월 이후 유리 부문에 전임교수 3명을 더 충원할 예정이다.

유리조형디자인학과의 오늘은 고성희 교수의 열정이 큰 역할을 했다. 고 교수는 1996년 임용 이후 유리의 미래비전을 구체화해 유리 전공학생들이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그는 준비된 계획을 하나씩 실천하면서 남서울대 유리조형디자인학과를 한국 유리조형의 메카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고성희 남서울대 유리조형디자인학과 교수가 작년 11월 남서울 유리 심포지움에서 학생들에게 행사의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리조형디자인학과의 오늘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은 고교수의 열정 덕분이었다. 그는 “유리로 잘먹고, 잘살게 하기위해 최선을 다했다고”고 말한다. 학교의 선택기준 중 하나는 이제 ‘열정있는 교수’가 돼야한다.
고성희 남서울대 유리조형디자인학과 교수가 작년 11월 남서울 유리 심포지움에서 학생들에게 행사의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리조형디자인학과의 오늘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은 고교수의 열정 덕분이었다. 그는 “유리로 잘먹고, 잘살게 하기위해 최선을 다했다고”고 말한다. 학교의 선택기준 중 하나는 이제 ‘열정있는 교수’가 돼야한다.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인프라는 1997년 설립한 ‘유리조형연구소’. 연구소는 올 6월 제17회 ‘국제유리조형워크숍’을 개최한다. 고 교수는 5개국에서 유명 유리예술가를 초청할 예정. 독일의 세계적인 컬러 유리 제조 회사인 ‘한스’의 램버트 사장과 이 회사에서 만든 유리로 작품을 만들고 있는 영국 리버풀 대학의 라파엘 교수가 주요 초청 인물이다. 두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한국 최초의 유리학 박사과정까지 개설한 체계적인 교육과정. 고 교수는 “2012년 박사과정을 개설했는데 현재 7명이 공부하고 있다. 학사-석사-박사로 이어지는 교육과정을 통해 한국에 ‘유리학’이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세 번째는 국내 최초의 유리박물관과 도서관 신축. 2016년 상반기에 ‘성암현대유리역사박물관’과 ‘유리도서관’이 유리조형디자인학과 단독 건물에 들어서면 이 건물은 한국 유리조형의 총본산이 될 전망이다.

학과는 제주시의 유리체험 테마파크인 ‘유리의 성’ 등 전국의 유리 관련 회사 40곳과 산학협력을 맺고 졸업생들의 취업에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2012~2014년 평균 취업률은 42%. 학과는 유리의 미래가 밝아지도록 최선을 다하면 유리문화산업이 발전하면서 고용과 창업도 자연스레 따라올 것으로 예상한다. 대학교 부설 유리조형연구소가 학교 인근 이화시장에서 운영 중인 ‘이화유리공방’이 모델케이스. 공방에서는 유리 예술품과 액세서리를 팔고 일반인들을 위한 유리체험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고 교수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무라노 섬처럼 이 공방을 전초기지로 삼아 이화시장 일대를 유리마을로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제 눈에는 지금 이탈리아는 유리로 먹고 사는 것처럼 보인다. 무라노 섬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유리 고장이다. 해마다 수십만 명이 유리 때문에 무라노를 찾는다. 앞으로 성환 하면 유리가 떠오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다.

남서울대 유리조형디자인학과 최승균, 변영아씨가 방학 중인 지난 8일 ‘블로잉(blowing)실습실’에서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유리조형디자인학과는 40개의 공통실습실이 365일 24시간 개방되는 국내 유일의 ‘학생친화형 실습실’을 운영 중이다. 학과는 뛰어난 시설,제도,인적 인프라를 바탕으로 세계 유리공예의 메카를 꿈꾼다.
남서울대 유리조형디자인학과 최승균, 변영아씨가 방학 중인 지난 8일 ‘블로잉(blowing)실습실’에서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유리조형디자인학과는 40개의 공통실습실이 365일 24시간 개방되는 국내 유일의 ‘학생친화형 실습실’을 운영 중이다. 학과는 뛰어난 시설,제도,인적 인프라를 바탕으로 세계 유리공예의 메카를 꿈꾼다.

유리조형디자인학과는 교육부 지방대학 우수학과(명품학과)에 선정됐다. 이는 유리조형디자인학과가 한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국유학생을 유치하고 학과 학생들은 외국유학을 보내 학과를 유리조형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도록 하겠다는 포부다. 올 유학생 유치목표는 10명으로 특성화 우수학과에서 받는 자금 중 5000만 원을 투입한다. 학과는 2001년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40명 이상의 학생들을 유학 보내고 있다. 한국에서 낸 등록금으로 외국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다.

명품학과의 선정은 유리조형디자인학과가 가진 시설, 제도, 인프라를 살려 인성 교육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학과는 사회봉사 마일리지 누적점수를 평가해 100만원 까지 주는 특성화인재장학금을 만들었다. 이장학금은 총 38,300,000원인데 그중
800만원은 근로성장학금, 30,300,000원은 생활보조 장학금으로 지급한다. 학과의 2014년 장학금 지급률은 64%였고 1인당 평균 장학금 수혜액은 189만 원. 유리조형디자인학과의 입학 성적은 수능 국어·영어·탐구 평균 4.2등급이다. 학과는 올해부터 정시와 수시 전형을 수능 30%+실기 70%로 통일했다. 수시 선발 비중은 입학정원 90명의 50%인 45명.

고 교수는 인간됨됨이가 ‘유리의 미래’를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본다. “입학 실기고사를 볼 때 인간성이 묻어나는 따뜻한 그림에 눈길이 많이 간다”는 그의 말에 공감이 간다. 다가올 ‘유리의 시대’에 주역이 되고 싶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학생이라면 도전해봄 직하다.

천안=콘텐츠기획본부 이종승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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