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마을 장례’로 마지막 길 쓸쓸하지 않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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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늘며 무연고 고독사 증가… 서대문구 등 주민들 훈훈한 품앗이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동신병원에서 9일 무연고자 이모 씨의 마을장례식이 진행되고 있다. 이 씨가 살던 지역 주민들과 다니던 교회 교인들이 참석해 조가를 부르고 있다. 서대문구 제공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동신병원에서 9일 무연고자 이모 씨의 마을장례식이 진행되고 있다. 이 씨가 살던 지역 주민들과 다니던 교회 교인들이 참석해 조가를 부르고 있다. 서대문구 제공
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동신병원에서는 특별한 장례식이 열렸다. 1960년 한국으로 넘어온 뒤 평생 혼자 살아온 북한이탈주민 이모 씨(75)를 위한 ‘마을장례’였다. 가족이 없는 이 씨를 위해 동네 통장이 대신 상주로 나섰다. 사람 한 명 올 것 같지 않던 이 씨의 장례식에서 문석진 구청장이 송사를 맡았고 지역 경찰관, 고인과 생전에 같은 교회를 다니던 주민들이 참석해 먼저 간 이의 넋을 위로했다. 마을 주민들은 이 씨의 운구와 화장 과정은 물론이고 안치까지 가는 길을 모두 함께했다.

1인 가구가 확대되면서 고독사(孤獨死)가 증가하자 무연고자들에게 ‘마을장례’를 치러주는 자치구가 늘고 있다. 원래 이 씨는 사망 후 장례 없이 바로 화장돼야 할 처지였다. 관련법에서 무연고 사망자 시신이 안치돼 있는 관할 구청에서 장례 없이 바로 화장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대문구는 이들의 마지막을 배웅해주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마을장례지원단 ‘두레’를 꾸려 운영하고 있다. 상주 역할을 맡았던 남가좌2동 통장 김남수 씨(63)는 “평생 외롭게 살다 떠나는 이웃을 보내며 안타까웠지만 이렇게라도 챙겨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서대문구는 벌써 3명의 마을장례를 치러줬다.

종로구도 지난달 ‘따뜻한 동행’이라는 마을장례단을 새롭게 꾸렸다. 종로구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중 홀몸노인이면 누구나 미리 신청할 수 있는데 현재까지 17명이 대상자로 등록했다. 지난해 작은 품앗이로 운영하기 시작해 지금은 동네 주민과 마을장례 민간단체, 법무법인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장례식에 쓸 수의와 입관 용품, 운구차량과 영정사진 액자가 지원된다. 구 관계자는 “죽음을 이야기하는 게 조심스러워 신청자가 있을까 반신반의했지만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며 “신청서를 들고 온 홀몸노인들이 ‘정말 고맙다’며 연신 눈물을 보이시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들 자치구는 무연고자들이 숨졌을 때 유언이나 장례식장에서 쓰일 사진 등을 미리 남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서대문구에서는 마을장례와 더불어 소외계층이 사후 정리를 위해 꼭 연락해야 할 사람, 주요 물품 보관 장소를 적을 수 있는 ‘엔딩노트’를 배포하고 있다. 종로구 역시 지역 홀몸노인들을 대상으로 죽음 준비 교육과 장수사진 촬영, 생의 기록 남기기 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1인 가구#무연고 고독사#마을 장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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