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유기돼도 한때 반려동물이었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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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2014년 초부터 안락사 중단

‘광주 2014-00300. 푸들. 수컷. 중성화.’

정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www.animal.go.kr)에 등록된 유기견인 이 푸들의 공고기간은 열흘. 일정 기간이 지나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애견은 입양 또는 안락사 처리한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발견된 유기동물 9만7000마리 중 주인을 찾아준 것은 9900마리뿐. 분양 2만7000마리, 안락사 2만4000마리, 자연사 2만2000마리이고 나머지 1만여 마리는 기증하거나 시설에 보호되고 있다.

불황으로 버려지는 애견과 길거리 고양이가 늘어나는 데다 예산 부족으로 안락사가 증가하고 있다. 일부 동물보호소에서는 개장수들이 애견가로 위장, 접근해 허위 입양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전남 순천에서는 올해부터 유기동물을 안락사시키지 않고 있다. 동물을 위탁 관리하는 (사)순천유기동물보호소 등 민간단체 2곳에서는 올 초부터 안락사를 중단했다. 순천의 유기견은 2012년 240마리, 지난해 330마리, 올해는 500여 마리로 늘었다. 순천시는 올해 민간단체에 유기동물 포획, 고양이 중성화 수술 비용 등으로 5000만 원을 지원했다.

(사)순천유기동물보호소는 순천시 저전동에 ‘다락방 고양이’라는 애완동물 가게를 차리고 서면에 농장 2곳을 운영하고 있다. 동물보호소는 올해에만 유기견 70마리, 길거리 고양이 130마리를 입양했다. 현재도 유기견 50마리, 고양이 250마리를 키우고 있다.

순천유기동물보호소 인터넷 카페에는 회원 20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1주일마다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자원봉사자는 30여 명. 자원봉사자들은 올해 길거리 고양이 200마리를 붙잡아 중성화하는 사업을 펼쳤다. 내년 3월에는 고양이 급식소를 최초로 운영할 방침이다.

동물보호소를 운영하는 사람은 이은주 씨(29)로 2012년 유기동물 보호 자원봉사를 하면서 단체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는 애완동물 가게 수입금 80%를 유기동물 보호에 쓰고 있다. 이 씨는 “애완동물 등록제가 시행됐지만 거부감이 커 유명무실해졌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361곳의 동물보호소가 있는데 일부 보호소에 유기견의 입양 허점을 노린 개장수들이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덩치가 큰 개들은 동물보호소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데다 사료를 많이 먹기 때문에 일반 입양이 잘되지 않는 점을 노려 식용 개고기를 찾는 개장수가 허위로 입양신청을 한다는 것이다. 애견가들은 인터넷에 허위 입양을 하는 개장수의 명단을 작성해 올리고 있다.

순천시는 길거리 고양이 등 유기동물 민원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최근 순천시 매곡동 한 아파트에서 한 주민이 길거리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 역할을 하자 다른 주민이 ‘고양이에게 먹을거리를 주지 말라’는 푯말을 붙여놓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순천시 관계자는 “대구에서는 캣맘이 키우던 길고양이를 동네 주민이 쥐약을 먹여 소송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민마다 성향에 따라 유기동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순천유기동물보호소 등 민간단체 2곳은 여건상 힘들지만 유기동물 안락사 중단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은주 씨는 “생명존중 차원에서 유기동물 안락사 중단에 뛰어든 만큼 여력이 되는 한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유기동물#안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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