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푸대접 받는 경북대병원 갈 필요 있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장기파업에 병원가동률 52%로 뚝… 신뢰 곤두박질… 환자이탈 가속
의료진 피로누적으로 사고 우려도… “노사 입장차이 커 환자불편 가중”

지역의 대표적 의료기관으로 명성을 쌓아온 경북대 병원. 잦은 파업 등으로 신뢰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경북대병원 제공
지역의 대표적 의료기관으로 명성을 쌓아온 경북대 병원. 잦은 파업 등으로 신뢰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경북대병원 제공
“이제 굳이 경대(경북대)병원을 갈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대구 달서구에 사는 김모 씨(65)는 “경대병원이 파업을 해서 지인 소개로 다른 종합병원 혈관센터에서 매주 치료를 받는데 아주 만족스럽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경대병원은 환자가 많아서 푸대접 받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현재 다니는 병원은 치료와 서비스 모두 좋다. 국립대병원의 수준이 높다는 막연한 생각을 버리게 됐다”고 전했다.

경북대병원의 장기 파업으로 인해 환자 이탈이 늘고 있다. 이 병원의 병동 가동률은 파업 첫날인 지난달 27일 90%에서 22일 52%까지 떨어졌다. 심장내과 등 일부 병동은 문을 닫고 통합 관리에 들어갔다. 신규 환자는 거의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반(외래) 진료 환경도 나쁘다. 파업 현장인 1층 로비에 있던 수납 창구는 불편하다는 고객들의 목소리가 잇따라 2층 임시 공간으로 옮겼다. 장기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환자는 다른 병원을 안내한다. 파업 전 하루 평균 외래 환자는 최대 4000명이었지만 요즘은 3000여 명으로 떨어졌다. 17개 수술실 가운데 6개는 닫았다. 중증 환자 중심으로 수술하고 있지만 파업이 길어져 수술실을 더 줄여야 할 형편이다.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의료진의 피로가 쌓이면서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거의 매년 되풀이되는 파업으로 경북대병원의 신뢰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경북대병원은 2009∼2011년 임금 인상 등을 둘러싸고 파업을 했고 2012년과 지난해에는 파업 직전까지 갔다가 겨우 합의해 비난을 샀다. 시민들은 “의료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의료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대구의 대표적 대형병원이 걸핏하면 파업”이라며 혀를 찼다. 이 때문에 경북대병원의 지역 거점 병원 기능을 없애고 대구경북권역응급의료센터는 폐쇄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환자 이모 씨(62)는 “간호사가 부족해 불편하다. 파업 때문에 수술이 연기되면 다시 검사를 한다고 해서 수도권 병원을 알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종합병원은 바빠졌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발길을 돌린 일반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 최근 경북대병원에서 보낸 응급 환자 이송도 많아졌다. 한 종합병원 의사는 “병동 가동률이 올라가고 응급실은 매일 가득 차 업무가 과중되고 있다. 이번 파업이 대구 전체 병원의 신뢰에 나쁜 영향을 미쳐 수도권 병원 환자 집중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4개 대형병원과 비상진료대책반을 가동하고 있다. 경북대병원의 중환자실 운영과 수술에 차질이 생길 경우 진료 가능한 병원을 빨리 연결하는 진료 정보 공유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경북대병원의 진료 실태를 매일 점검 중”이라며 “의료사고 등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파업 이후 과태료 부과 등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파업 28일째를 맞는 경북대병원의 노사 대립은 법적 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사측은 최근까지 노조원 15명을 로비 점거와 소란 행위에 따른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노조는 병원에서 불법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로 병원장을 고소할 예정이다. 병원 관계자는 “노사의 입장 차가 커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파업이 연말을 넘길 듯해 환자 불편은 더 심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