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3년 표류 구룡마을 ‘강남구 방식’ 개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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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전면수용 현금보상 합의… 2015년 상반기 구역지정 완료

서울 강남구 개포동 무허가 판자촌 ‘구룡마을’ 개발 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다시 진행된다.

서울시와 강남구는 토지주들에게 현금으로 땅을 사들여 보상하는 ‘100% 수용·사용 방식’으로 사업을 재개하는 데 합의했다고 18일 밝혔다. 29만 m² 규모, 1092가구 2089명이 살고 있는 구룡마을 개발 사업은 서울시와 강남구가 개발 방식을 두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3년간 표류했다. 급기야 8월, 도시개발법에 따른 개발계획 수립 기한(2년)이 끝나 도시개발구역 지정이 해제돼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시는 그동안 소유주가 개발비 일부를 부담하는 대신 일정 규모의 땅을 받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일부 환지 방식’을 주장했다. 이를 통해 초기 개발 비용을 800억 원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또 토지주들에게 임대주택 개발비도 일부 부담시킬 수 있어 임대료를 낮출 수 있고, 저소득층 거주민들의 재정착도 도울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반면 강남구는 일부 대토지주들이 자체 토지 개발로 특혜를 볼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후 구룡마을 사태는 지난해와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고 감사원 감사까지 이뤄졌지만 명확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

그랬던 서울시가 강남구 안을 받아들이게 된 건 지난달 발생한 구룡마을 화재가 계기가 됐다.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정치적 논쟁보다는 사업 재추진이 급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이건기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18일 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선이 아닌 차선의 방법이라 하더라도 거주민의 생활 안전을 지키고 열악한 주거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강남구가 요구하는 수용 방식을 대승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간 사업 진행이 오래 미뤄졌던 점을 감안해 내년 상반기까지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마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큰 틀에서 강남구의 제안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앞으로 세부 협의가 매끄럽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이날 기자회견은 당초 박원순 서울시장과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함께 참석하기로 돼 있었지만 전날까지 세부적인 발표문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이 부시장과 신 구청장이 30분의 시차를 두고 따로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신 구청장은 기자회견에서 “환지 방식 도입을 주장한 시 공무원들을 구룡마을 개발 업무에서 배제하고, 특혜 등 각종 의혹에 대해선 검찰 수사를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환지 방식을 원하는 토지주들을 설득하는 것도 문제다. 신 구청장은 “대토지주 일부가 환지 방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협의에) 어려움은 있을 것이라 본다. 하지만 계속 설득하고 대화를 통해 서울시와 함께 잘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구룡마을#구룡마을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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