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 샌 연구비… 7000만원짜리 오디오 사고 ‘룸살롱 회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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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공공기관 R&D예산 감사

지난해 9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소속 연구원의 한 직원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유흥주점에서 양주와 맥주, 안주를 시켜 먹은 뒤 89만 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그러고는 “이 돈을 기술개발 관련 연구회의에 사용했다”고 허위 증빙서류를 제출했다.

‘룸살롱 연구회의’는 이곳에서만 열리지 않았다. 감사원 감사 결과 한수원, 한전원자력연료주식회사, 한국전력공사 등 3개 공공기관 소속 임직원들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무려 512차례에 걸쳐 1억1900만 원을 유흥주점이나 노래방 등에서 펑펑 쓴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개발(R&D)을 위한 공공기관 예산이 줄줄이 새고 있었던 것이다.

2010년 5월∼2013년 1월 한수원의 용역을 받아 11개 국가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한 국내 한 대학 산학협력단의 A 교수는 한수원과 연구 용역 계약을 맺을 때 18명의 ‘가짜 연구원’을 등록해 2억8000여만 원을 횡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A 교수는 인건비 횡령을 위해 차명계좌를 개설해 빼돌린 돈으로 오디오 구입비 7200만 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 밖에도 실제 연구에 참여한 연구원 5명에게 인건비 일부만 지급하고 돌려받은 6000여만 원도 횡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16일 감사원은 한전, 한국가스공사 등 21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공기관 R&D 투자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 결과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연구비를 빼돌린 사례를 적발하고 해당 기관 총괄책임연구원 등 7명의 문책을 요구했다.

감사 결과 미래창조과학부는 매년 공공기관별 경영여건 등을 종합해 R&D 투자권고 금액을 산정해야 하지만 각 기관이 무분별하게 뻥튀기한 투자계획을 별다른 검토 없이 받아들여 권고 금액을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자원공사와 가스공사는 2012년도 R&D 투자 우수 공공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실제 투자 실적은 미미했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해 공공기관의 R&D 예산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기관별 연구과제 중복성 검토’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보안이 요구되지 않는 개발과제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가를 투입해 객관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R&D 기획단계 이후 평가·보상단계까지 체계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한국수력원자력#연구비#감사원#공공기관 R&D예산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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