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추문’ 덮기에 바쁜 대학들… 피해학생 두번 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잇단 성추행-인권침해 부실처리 지적

대학 교수들이 학생들을 상대로 성추행이나 인건비 횡령 등 각종 인권침해를 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일주일간 교수의 성추행으로 언론에 오르내린 대학만 해도 서울대 고려대 중앙대 강원대 등 4곳에 이른다. 세종대에서는 4년 6개월간 대학원생 제자 15명의 수당을 가로챈 교수(46)가 2일 검찰에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숙명여대에선 작곡과 교수 2명이 학생들에게 폭언과 부당행위를 일삼아 교내 징계위원회의 진상조사를 받고 있다.

문제가 된 대학들은 하나같이 학교 측의 부실한 사건 처리로 비판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게 가해자 교수의 사표 문제다. 사표가 수리되면 해임이나 파면과 달리 퇴직금과 연금 수령, 재취업 등에 불이익이 없고 학교의 진상조사도 중단된다. 이 때문에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학교 측이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공과대 이모 교수가 낸 사표를 지난달 수리한 것에 대해 웹사이트에 입장문을 게재해 비판하고 있다. 서울대는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강석진 교수(53)가 낸 사표에 대해 수리방침을 밝혔다가 거센 비판이 일자 사표를 반려했다. 결국 강 교수는 3일 구속됐다.

학교 측의 안일한 대처로 학생들이 2차 피해도 보고 있다. 숙명여대 징계위에 회부된 작곡과 윤모 교수(49·여)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신의 부당행위를 폭로한 제자와 누리꾼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10월 서울 용산경찰서에 고소하고, 일부 제자에겐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이때 윤 교수의 소송대리인은 변호사이기도 한 학교법인 숙명학원의 박모 이사가 맡았다. 졸업생인 주세화 숙명여대 작곡과 비대위원장은 “학생들이 이런 무서운 상황에서 어떻게 학교를 다니냐”고 비판했다. 음대 교수들도 1일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학교 측을 비판했다.

대학이 학내 인권침해 사례를 중구난방 식으로 다루는 것은 사건 처리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조차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내 인권침해 사건 처리는 각 대학이 학칙으로 하게 돼 있고, 교육부 차원에서 별도의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은 없다”고 말했다.

문제가 늑장 처리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숙명여대의 경우 작곡과 교수들에 대한 학생들의 투서가 총장에게 접수된 건 3월이다. 하지만 감사 요청은 6월 접수된 뒤 9월 열린 법인 이사회에서 징계 논의를 했고, 징계위원회는 10월 13일에야 조사를 시작해 아직도 조사 중이다. 진상조사는 60일 이내에 마쳐야 하지만, 사유가 있으면 30일 연장이 가능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성희롱 예방규정에서는 신청을 접수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조사를 완료하고,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10일 이내로 연장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대학 내 인권침해 구제 절차는 사건 처리 기간이 훨씬 길어지고 있는 셈이다.

백미순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각 대학이 문제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면 위원회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인원 구성을 다양화하고, 제대로 된 구제절차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며 “교육부가 이에 대해 권고를 하고 지도·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교수 성추행#성추행#인권침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