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세계 7대륙 최고봉에 섰다, 위대한 도전이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일반인 최초 대기록 손영조씨, 직장생활 틈틈이 14년간 도전
기업 후원없이 스스로 자금 마련… 매킨리선 크레바스 빠져 죽을뻔

지난달 20일 오세아니아 최고봉 칼스텐츠 정상(해발 4884m)에 선 손영조 씨. 손영조 씨 제공
지난달 20일 오세아니아 최고봉 칼스텐츠 정상(해발 4884m)에 선 손영조 씨. 손영조 씨 제공
“14년간의 긴 도전을 성공리에 마쳐서 기쁩니다.”

전문 산악인이 아닌 일반인 중 처음으로 ‘세계 7대륙 최고봉’ 등정에 성공한 전북 무주 덕유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보전과장 손영조 씨(48)가 3일 밝힌 소감이다. 직장생활 틈틈이 해외원정을 병행하며 14년 만에 이룬 성과다. 국내에서 ‘세계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오른 산악인은 엄홍길 씨와 고(故) 박영석 대장, 오은선 박영미 허영호 씨 등 전문 산악인 중에서도 소수에 불과하다.

손 씨는 지난달 10일 마지막 대륙인 오세아니아 최고봉 칼스텐츠(4884m·파푸아뉴기니 옆 이리안자야) 출정 길에 올라 열흘 만인 20일 오전 9시경 등정에 성공했다. 그는 “정상에 올랐을 때 그동안 쌓였던 부담과 불안이 한 번에 싹 씻겨 내려갔다”며 “성공을 축하라도 하듯 유난히 쾌청했던 칼스텐츠 정상 풍경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등정을 위해 그는 베이스캠프까지 일주일 동안 정글을 헤맸고 마지막 정상 등정을 앞두고는 1박 2일 동안 800m 암벽을 올라야 했다.

지리산 인근 전북 남원이 고향인 그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과 지리산을 다니면서 고봉 등정을 꿈꾸어 오다 2001년 유럽 최고봉인 옐부르스(5642m)에 오른 뒤 7대륙 최고봉 등정을 시작했다. 2003년 남미 최고봉 아콩카과(6959m), 2004년 북미 최고봉 매킨리(6194m), 2005년 아프리카 킬리만자로(5898m), 2008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 2010년 남극 최고봉 빈슨매시프(4895m)를 차례로 등정했다. 전문 유명 산악인이 아니어서 기업의 후원을 받을 수도 없었다. 친구나 지인들이 십시일반 도와주는 돈에다 마이너스 통장으로 원정자금을 마련했다. 이 때문에 남극이나 이번 오세아니아 최고봉 등정도 혼자일 수밖에 없었다. 한 해 휴가와 연차를 모두 몰아서 원정에 사용했고 2008년 에베레스트 원정 때는 휴가로는 모자라 두 달간 직장에 휴직원을 내기도 했다. 그는 산악인의 꿈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1995년 고향에 내려왔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으로 지리산과 덕유산을 오르며 틈틈이 훈련을 이어왔다. 북미 최고봉 매킨리에 오를 때는 휴가 일정에 맞추려고 무리한 등반을 하다가 크레바스(만년설이 갈라져 생긴 좁고 깊은 틈)에 빠져 죽을 고비를 맞기도 했다.

그는 “첫 도전 당시 초등학교에도 들어가지 않았던 아이들이 중고교생이 됐다. 직장생활과 산악등반을 병행하다 보니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며 “묵묵히 응원해 준 가족과 항상 장기간 휴가를 떠나는 나를 이해해 준 직장 동료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손 씨는 “당분간 휴식하면서 나이에 맞는 새로운 목표를 정해 또 다른 도전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손영조#7대륙 최고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