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규제개혁 토론회서 나온 기막힌 규제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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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락 기자·사회부
정재락 기자·사회부
‘물 재사용 금지, 야외주차장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 불가….’

선뜻 이해하기 힘든 규제가 ‘법’이라는 이름으로 일상에서 버젓이 존재하고 있었다. 1일 행정자치부 주최로 울산시청에서 열린 ‘규제 개혁 끝장토론회’에서 기업 임직원들이 털어놓는 규제 사례를 들으며 ‘도대체 지금이 어느 시대인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물 절약을 그렇게 외치면서도 오히려 물 재사용을 금지하는 법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울산 온산공단의 종이·펄프 생산회사인 무림P&P㈜는 그동안 하루 9만 t의 공업용수 가운데 3만 t을 재사용해 왔다. 하지만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개정되면 내년 1월부터는 재사용 공업용수도 탁도와 냄새 등이 공업용수 수질 기준에 맞아야 한다. 재사용 물을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추가 설비가 필요해 3만 t 재사용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연간 47억 원의 용수비가 더 들어간다. 이 회사 김석만 대표는 “재사용 공업용수 수질 기준을 공업용수 수준으로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당시 사이클 경기장으로 사용하다 경륜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스포원. 넓은 야외 주차장과 옥상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갖춰 1600여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연간 3498MW의 전력을 생산할 계획을 세웠다. 수질오염 우려가 없는 설비지만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이유로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가 난색을 표시했다. 스포원 관계자는 얼마나 힘들었으면 “부산시 산하 공기업인 우리가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를 상대로 1년여 동안 ‘전쟁’을 벌였다”고 표현했다.

동부산 공영버스차고지는 개발제한구역이라는 이유로 오일교환과 경정비만 할 수 있고 종합정비는 할 수 없었다. 시내버스에 큰 고장이 나면 종합정비업체에 위탁해야 하기에 비용과 시간이 더 많이 든다.

해저 준설토로 조성된 항만 배후단지에는 염분 때문에 나무가 자랄 수 없지만, 조경수를 심도록 한 조례 때문에 건축허가를 받지 못하는 해운 물류서비스 회사도 있었다.

이런 규제들은 다행히 행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와 해당 자치단체 간 사전 협의를 거쳐 관련 법 개정 등으로 모두 해결의 길이 열렸다. 하지만 토론회를 보면서 ‘터무니없는 규제’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을 기업체나 민원인이 많을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을’인 기업이 규제 개혁을 대놓고 외치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지자체에서 규제 개혁을 하려 해도 정부의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점을 잘 압니다.”

정종섭 행자부 장관이 토론회에서 했던 이 말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지켜볼 일이다.

정재락 기자·사회부 raks@donga.com
#규제개혁#규제#행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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