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한국 영리병원 해법, 美원전 민영화에서 찾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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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규제’를 위해 미국은 1990년대 들어 원자력발전소까지 민영화했다. 그 결과 지난 20년간 미국 전체 원자력발전소 절반의 소유권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이전됐다. 이에 따라 시장 경쟁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는 발전소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치중함으로써 안전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캐서린 하우스먼 미 버클리캘리포니아대 하스에너지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자신의 논문에서 ‘소유권의 이전’ 즉 민영화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에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가를 구체적으로 검토했다.

하우스먼은 발전소 안전도 측정을 위해 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다섯 가지 안전조치가 얼마나 자주 이뤄졌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다섯 가지 안전조치란 계획되지 않은 전력변화를 의미하는 ‘초기상황’, 화재, 강제적 규제조항의 강화, 집단 노동자 방사능 노출, 그리고 평균 노동자 방사능 노출이었다. 민영화된 발전소에서는 초기상황이 17%, 화재는 45%, 강제적 규제조항의 강화가 35%, 집단 노동자 방사능 노출은 25%, 평균 노동자 방사능 노출은 18%가 각각 감소했다. 이 추세는 원자로의 종류나 장소와 상관없이 유사하게 나타났다. 하우스먼은 또 민영화된 발전소의 안전도가 정부가 운영하는 발전소보다 더 크게 지속적으로 향상됐음을 밝혀냈다.

이런 결과는 두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민영화된 발전소는 사고가 나도 정부로부터 보상이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사고로 인해 폐쇄할 경우 처리비용은 모두 정부가 아닌 투자자가 부담해야 한다. 둘째, 사고로 인해 폐쇄하는 데 드는 비용이 안전조치를 강화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훨씬 더 크다. 즉 민영화된 발전소는 사고예방을 위해 안전을 강화해야 할 명백한 경제적 유인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이 논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의료 민영화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 소유권의 변화가 공공성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인데, 영리병원이 공공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경제적 유인을 제공한다면 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leew@ajou.ac.kr
#영리병원#민영화#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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