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13년 死境 경관, 한가위에 떠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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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제복 입은 당신 모습을” 애끊는 思夫曲도 덧없이…

2001년 3월 18일 오후 8시 20분 광주 광산경찰서 삼도파출소 앞 검문소. 신종환 경장(당시 38세·사진) 등 경찰관 3명은 도난 차량을 발견하고 검문을 하려 했다. 하지만 이 차량은 검문에 불응하고 도주해 신 경장 등은 순찰차를 타고 전남 함평군 월야면 외치리 고갯길까지 10분간 10km가량 도난 차량을 추격했다.

황급히 달아나던 차량을 뒤쫓던 순찰차는 경사진 도로 구간에서 뒤집혀 언덕으로 추락한 뒤 전봇대를 들이받았다. 운전을 하던 경찰관은 왼팔 골절상을, 앞좌석에 동승한 다른 경찰관도 부상을 입었다. 뒷좌석에 탑승한 신 경장은 사고 직후 정신이 멀쩡했으나 광산구 신가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의식을 잃었다. 정밀 진단 결과 두개골 함몰의 중상이었다. 이후 전남대병원 등을 전전하며 치료에 애를 썼지만 신 경장은 손과 발을 움직이지 못한 채 눈만 깜빡거릴 정도의 위중한 상태가 됐다.

이때부터 신 경장의 부인 황모 씨(51)의 애틋한 간병이 시작됐다. 신 경장은 사고 1년 6개월 후인 2002년 9월경 면직됐다. 전남 고흥군 과역면 출신인 신 경장은 광주 동신고를 졸업한 뒤 의경으로 복무하다 1989년 순경으로 임용됐다. 9일 기자와 만난 부인 황 씨는 “남편은 경찰관에 대한 자부심이나 제복에 대한 남다른 긍지가 있었다. 의식이 없는 남편을 대신해 면직서류를 쓰면서 너무 가슴이 아팠다”며 눈물을 흘렸다.

신 경장은 2005년경 광주 보훈병원에서 퇴원한 뒤 자택인 광주 광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부인의 간병을 받으며 지내왔다. 사고 초기에는 자녀나 부인 등을 알아보던 신 경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의식이 희미해졌다. 부인 황 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상 별도의 간병인을 둘 수 없어 하루 종일 간호에 매달렸다.

황 씨는 간병을 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남편이 반드시 건강을 회복해 경찰관 제복을 다시 입을 것이라는 간절한 소망으로 버텼다. 하지만 13년간 애를 태워온 황 씨의 사부곡(思夫曲)은 8일 추석 명절 때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의식이 없었지만 장기가 건강했던 신 경장이 갑자기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광주 보훈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진 것.

신 경장이 사고를 당할 때 초등학교 2학년이던 큰아들(23)은 대학을 휴학한 뒤 군 복무 중이고 유치원생이던 둘째 딸(21)은 대학 1학년생으로 성장했다. 자녀들은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의 손을 굳게 잡아줬다.

광주지방경찰청은 신 경장에게 1계급 특진 추서를 추진하기로 했다. 11일 빈소인 광주 보훈병원 장례식장 3분향소에서 발인식을 치른 뒤 신 경장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신종환 경장#전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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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강신명 경찰청장이 범인을 추적하다 다쳐 13년간 투병생활 중 추석 명절에 숨진 故신종환 경장의 빈소가 마련된 광주 보훈병원을 찾아 훈장과 공로장과 헌정하고 조문하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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