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 전복 당시… 새만금 상황실에 아무도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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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갑문 개방사고 ‘또 다른 세월호’… 직원 2명 1시간 넘게 근무지 이탈
‘開門땐 사전통지’ 규정도 안지켜… 선장, 갑문개방 알고도 조업 나서

22일 전북 군산시 새만금방조제 신시도 배수갑문 주변에서 전복된 태양호가 23일 인근 가력도항으로 인양되고 있다. 군산경찰서 제공
22일 전북 군산시 새만금방조제 신시도 배수갑문 주변에서 전복된 태양호가 23일 인근 가력도항으로 인양되고 있다. 군산경찰서 제공
22일 오후 1시 전북 군산시 비응항을 출발한 선장 김모 씨(55) 등 6명이 탄 태양호(3.2t급)는 이날 오후 5시 비응항에서 16km 떨어진 새만금방조제 신시도 배수갑문 주변에서 전어잡이를 시작했다. 태양호는 무허가·무보험 선박이었고 방조제 안쪽에서 조업을 하는 것 역시 불법이다. 선장 김 씨는 이날 오후 5시 44분 새만금사업단에 신시도 배수갑문 상태를 묻는 전화를 해 수문 개방을 확인하고도 조업을 강행했다. 개방된 배수갑문 물살은 전남 진도 울돌목보다 3배 정도 빨라 사고 위험이 높다.

태양호는 같은 날 오후 6시 두 번째 그물을 물 밑으로 내려 끌고 다니던 중 개방된 배수갑문 인근 1km 해역에서 그물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선원들은 그물을 끊으려 했지만 실패했고 오후 7시 6분 태양호는 배수갑문과 충돌한 뒤 전복됐다. 인근에 있던 어선 선원 류모 씨(56)가 전복 사고를 목격하고 112에 신고해 선장 김 씨 등 3명은 예인선에 구조됐지만 이찬호 씨(57), 동티모르 출신 알시노(25), 마르세리누 씨(26) 등 선원 3명은 실종됐다.

농어촌공사 새만금사업단 상황실은 신시도 배수갑문을 한 달 평균 10일 이상 개방한다. 이때마다 주민들에게 인터넷과 우편으로 사전 통보한다. 배수갑문 수문 개방 때에는 폐쇄회로(CC)TV를 관찰하며 선박들에 ‘배수갑문 3km 밖으로 나가달라’는 안내방송을 7분 간격으로 내보낸다.

그러나 상황실은 사고 당일 오후 4시 42분 신시도 배수갑문 수문을 개방하면서 주민에게 사전 통지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내린 폭우로 수위가 높아지면서 갑작스럽게 수문 개방을 결정해 사전 통지를 할 겨를이 없었다는 것이다.

사고 당시 배수갑문 상황실 직원 이모(45), 김모 씨(46)는 비응항에 있는 식당으로 식사하러 나간 상태였다. 이 씨 등은 “22일 오후 6시 5분 식사하러 갔다가 오후 7시 13분 돌아왔다”고 말했다. 68분간 선박 관리자들이 자리를 비우면서 태양호 침몰을 사실상 방치한 셈이다.

앞서 2007년 2월에도 김모 씨가 탄 배가 새만금방조제 가력도 배수갑문 주변을 지나다 예고 없이 갑문이 열리면서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전북 군산해양경찰서는 24일 태양호 선장 김 씨에 대해 위험한 상황을 알고도 조업을 강행하다 전복 사고를 일으킨(업무상 과실 선박 전복)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해경은 상황실 관용차량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해 직원 이 씨 등의 근무지 이탈 사실을 확인한 뒤 같은 혐의로 입건할 예정이다. 또 사전 통지 없이 배수갑문이 개방된 것과 관련해 새만금사업단 관계자들도 조사하기로 했다.

군산=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태양호 전복#새만금 상황실#배수갑문 개방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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