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나전경함’ 900년만의 귀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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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5000개 나전 조각… 고려 공예미 극치

900년 만의 귀향.

국립중앙박물관은 15일 국보급 문화재인 고려 나전칠기 경함(經函)을 국내에서 처음 공개했다. 경함은 사찰에서 불교 경전을 보관하는 함으로 나전경함은 고려 불화, 고려청자와 함께 고려 미술의 3대 정수로 꼽힌다. 전 세계에서 확인된 고려 나전경함은 9점에 불과하고 모두 일본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 해외에 있다.

이날 공개한 나전경함은 일본 교토의 한 고미술상이 갖고 있던 것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의 후원단체인 국립중앙박물관회가 수십억 원을 주고 구입한 뒤 5월에 박물관에 기증한 것.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고려 나전칠기 공예의 전형적인 아름다움과 특징을 갖춘 명품”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나전경함은 장방형으로 높이 22.6cm, 가로 41.9cm, 세로 20cm의 크기다. 무게는 2.53kg. 경함은 1cm 두께의 침엽수 판재로 만들어졌으며 뒤틀림과 갈라짐을 방지하기 위해 표면에 천을 덮고 그 위에 동물 뼈를 섞은 골회를 칠하고 광을 내기 위해 검은 옻칠을 여러 번 했다.

부귀와 다산을 상징하는 모란당초무늬로 장식돼 있는데 모란은 꽃잎 9장으로 구성됐다. 모란 잎 모양이 C자형인 다른 나전경함과 달리 이번에 공개된 작품은 C자형 잎에 또 하나 잎이 나온 삼지(三枝) 형태도 보인다. 얇게 손질한 전복 껍데기를 일일이 무늬대로 오려 붙인 줄음질 기법으로 만들어졌다.

당초 줄기는 0.3mm 두께의 금속선으로 만들어졌다. 나전경함 테두리에는 금속선 2개를 하나로 꼰 선을 썼다. 형광X선으로 분석한 결과 구리와 아연을 합금한 황동선으로 확인됐다. 박물관은 “납 성분도 들어있는데 이를 분석해보니 12, 13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모란무늬 454개를 포함해 모든 나전 조각을 합치면 최소 2만5000개가 넘는다.

교토의 고미술상은 6, 7년 전 한 사설 경매에서 이 나전경함을 구입했는데 일본 밖으로 나가는 걸 원하지 않아 국립중앙박물관회가 어렵게 설득해 한국에 가져올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회 신성수 부회장은 “실물을 보자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와 반드시 국내로 가져가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고려사’에 따르면 나전경함은 고려 원종(元宗) 13년인 1272년 경함 제작을 담당하는 관청인 ‘전함조성도감’이 설치될 정도로 귀중한 물건이었다. 고려시대 나전칠기는 경함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10여 점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 있는 나전칠기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 중인 나전대모불자(스님이 수행할 때 쓰는 막대기) 한 점뿐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유물등록 절차를 진행한 뒤 조만간 나전경함 상설 전시를 열 계획이다.

:: 나전(螺鈿) ::

조개 전복 등의 껍데기를 얇게 간 뒤 여러 모양으로 잘라 가구 등에 붙이거나 박아 넣어 장식하는 공예기법.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나전경함#고려 나전칠기 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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