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년전 ‘펑’… 제주는 젊은 화산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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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硏, 7000년 前 폭발說 뒤집어… 병악오름 부근서 용암분출 흔적 발견
채집한 탄화목 통해 청동기시대 확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에서 발견한 지층의 모습. ①은 용암이 굳어 생긴 암석층이고 ②는 용암의 열을 받아
 붉게 변한 토양층이다. ③은 일반 토양층으로 5000년 전 화산활동 결과 생긴 탄화목이 발견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에서 발견한 지층의 모습. ①은 용암이 굳어 생긴 암석층이고 ②는 용암의 열을 받아 붉게 변한 토양층이다. ③은 일반 토양층으로 5000년 전 화산활동 결과 생긴 탄화목이 발견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이곳이 제주에서 가장 최근에 용암이 분출된 곳입니다.”

11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에 위치한 한 채석장. 홍세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잿빛 돌산 아래 붉은 흙더미를 가리켰다. 그는 “잿빛 돌은 용암이 급속히 식으면서 굳은 암석으로, 그 아래 붉은 토양은 용암의 뜨거운 열기를 받아 마치 토기처럼 붉게 변한 것”이라며 “붉은 토양은 화산 활동의 직접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2년 전 제주 지질 답사를 하던 중 이 퇴적층을 우연히 발견했다. 이곳은 한라산 정상에서 30km가량 떨어진 산 아랫자락으로 병악오름 근처인 데다 대표적 관광지인 중문관광단지와 10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그간 화산 활동 후보지로 고려되지 않았던 지역이다.

붉은 토양 아래에서는 용암에 그을려 시커멓게 변한 탄화목층도 발견됐다. 연구진은 여기서 탄화목(숯)을 채집한 뒤 탄화목에 남아 있는 탄소를 이용해 화산 활동 연대를 측정했다. 그 결과 탄화목은 약 4900년 전의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으로부터 5000년 전 이곳에 화산 폭발이 있었다는 뜻이다.

그간 제주에서 확인된 가장 최근의 화산 활동은 약 7000년 전. 마라도 근처 송악산에 묻힌 응회암의 연대를 측정해 얻었다. 임재수 책임연구원은 “이번 발견으로 제주에서 화산 활동이 5000년 전에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면서 “사람이 살던 청동기 시대에 제주에 뜨거운 용암이 흘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그동안 병악오름 주변 지역은 3만5000년 전 화산 분출로 생겨났다고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결과로 이곳에서 가장 최근에 화산 활동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면서 “제주는 예상보다 훨씬 젊고 역동적인 화산섬”이라고 말했다.

지질연은 앞으로 제주의 다양한 지역을 조사해 과거 화산 활동 흔적을 발굴할 계획이다.

제주=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vamie@donga.com
#제주#화산섬#활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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