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부대앞 악성 ‘장송곡 시위’ 상해죄 첫 기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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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고통 주려 악의적 소음… 엄단”
시위꾼 4명 “부대이전 반대”… 2년 가까이 밤낮없이 틀어
장병-주민들 환청 불면증 고통… 볼륨 조절해 소음 단속 피하기도

21개월간 군부대와 공공기관 앞에서 매일 11∼24시간씩 장송곡을 틀어대며 악성 소음 시위를 벌인 4명에게 검찰이 상해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소음 시위와 관련해 상해죄가 적용된 건 처음이다.

전주지검 형사2부(부장 이원곤)는 육군 제35사단과 전북 임실군청 앞에서 부대 이전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며 상습적으로 장송곡을 튼 오모 씨(60·농업) 등 4명을 공무집행 방해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상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오 씨 등은 2011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매일 오전 7시∼오후 6시 11시간 동안 임실군청 앞에서 72∼81dB의 음량으로 ‘장송곡’ 등을 틀었다. 부대가 이전을 시작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군부대 앞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44∼74dB로 장송곡을 틀었다.

주민과 군청 공무원, 군인 등은 2년 가까이 계속된 소음으로 환청 등 고통에 시달렸지만 오 씨 등은 음량 출력을 조절하며 단속을 피했다. 50회의 측정 가운데 26회는 소음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단속 기준에 못 미쳤다. 현행법상 집회 소음 기준은 주거 지역과 학교 주변에서는 65dB(야간 60dB) 이하, 기타 지역은 80dB(야간 70dB) 이하다.

35사단 소속 군인 A 씨는 “장송곡을 계속 듣다 보니 귀에서 ‘띠∼’ 하는 소리가 들리고 잠도 잘 못 잤다”고 말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지속된 소음 때문에 군 장병 4명은 이명(耳鳴·귀울림)과 급성 스트레스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오 씨 등에게 집시법 위반이 아닌 상해 혐의를 적용해 소음 기준을 준수한 경우까지 모두 기소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도 2005년 매일 24시간 라디오와 알람시계를 큰 소리로 울려 이웃에게 만성두통, 이명증을 앓게 한 사람을 상해죄로 처벌한 바 있다.

검찰이 상해죄를 적용한 것은 주민들에게 고통을 주면서도 단속을 교묘히 피하는 시위꾼에 엄정 대처하겠다는 뜻이다. 현행 집시법은 반드시 신고자가 있어야 하고 소음기준을 초과했다고 해도 시정명령에 계속 불응할 때에만 처벌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처벌 수위도 집회 소음의 경우 징역 6개월 이하 또는 벌금 50만 원 이하에 불과해 실효성이 적다. 반면 이번에 검찰이 적용한 공동상해죄의 법정 형량은 상해죄에 2분의 1을 가중한 징역 10년 6개월 이하 또는 벌금 1500만 원 이하다.

검찰 관계자는 “집회 및 시위의 권리는 헌법에 보장돼 있지만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려는 의도의 집회 및 시위 가장 행위까지 무한정 허용될 수는 없다”며 “독일의 ‘시카네(Schikane·오로지 타인을 해칠 목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것) 금지’에서 파생된 법 원칙인 ‘권리남용 금지’에 따라 이러한 행위는 엄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장송곡#군부대#시위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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