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이슈]국립의료원 이전 ‘강남북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원지동 이전’ 예산 확보되자 갈등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서초구 원지동으로 이전할 예정인 국립중앙의료원을 놓고 강남과 강북 주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강북 주민들이 도심권 의료공백을 우려하며 이전을 반대하자 강남 주민들은 “당초 약속을 지키라”며 맞서고 있다.

2일 서울 서초구에 따르면 서초구 주민대표는 3일 서초·강남구 주민 5만2000여 명이 서명한 이전 촉구 탄원서를 서울시와 보건복지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주민들은 탄원서에서 “원지동 이전은 서울시가 2003년 원지동 서울추모공원 설립에 따른 보상책으로 주민들에게 제시한 것”이라며 “약속해 놓고 나 몰라라 한다면 누가 행정기관을 믿고 기피시설을 받아들이겠느냐”고 주장했다.

의료원 이전 문제는 보건복지부와 서울시의 땅값 갈등 등으로 10년 넘게 표류하다가 올해 1월 이전 예산 165억 원이 편성됐다. 의료원은 2018년 이전 완료를 목표로 6만9575m²의 용지에 약 750병상을 새로 지을 예정이다.

계획이 확정되자 이번엔 도심권에서 반발하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종로·성동·동대문·성북·중구 등 도심권 5개 자치구의회는 지난달 20일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이전 철회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전을 반대하는 이유로 △도심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공공의료서비스 부재 △도심지역 재난 발생 시 거점의료기관 부재 △강남과 강북의 의료 서비스 불균형 등을 들었다. 의료원을 현재 위치에 그대로 두고 원지동 부지에 지역 특성에 맞는 새 의료기관을 건립할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남 지역 주민들은 “이전이 지연되면 국립의료원을 이전할 때 함께 짓기로 한 중증외상센터도 표류할 수 있다”며 당초 계획대로 진행하라고 맞서고 있다.

중증외상센터는 산업재해, 교통사고, 추락 등으로 중증외상환자가 발생했을 때 언제나 병원 도착 즉시 응급수술이 가능하고 외상 전용 병실 및 수술실, 장비, 전문 인력을 갖춘 의료시설.

의료원에 따르면 현재 병원시설은 리모델링에 한계가 있는 데다 응급헬기 이착륙이 어렵고 도심 교통체증 등으로 접근성이 떨어져 외상센터 기능을 수행하기가 어렵다.

“공공의료기관이 부자 동네로 옮겨 간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강남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현재 강남 지역의 공공의료기관은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이 유일하며 이마저도 서울시가 매각을 추진 중이다.

주민들은 탄원서에서 “강남지역에 대규모 보금자리주택지구가 조성되면서 저소득층이 날로 늘고 있어 공공의료기관이 더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의료원 이전 문제가 주민 간 갈등 문제로 비화되면서 정부와 서울시가 하루빨리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계획대로 이전하더라도 현재 의료원을 이용하는 취약계층 환자 34만 명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의료 공백 해소 방안을 마련하도록 조건이 달려 있어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며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주변 지구단위계획을 확정할 때 의료시설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국립의료원#원지동 이전#강남 강북 갈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