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장흥 유기농 김 ‘일석삼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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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김 납시오!’ 전남 장흥군 회진면 대리 주민들이 김 가공공장에서 장흥 유기농 김을 포장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 김은 조만간 미국으로 대량 수출된다. 장흥군 제공
‘명품 김 납시오!’ 전남 장흥군 회진면 대리 주민들이 김 가공공장에서 장흥 유기농 김을 포장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 김은 조만간 미국으로 대량 수출된다. 장흥군 제공
전남 장흥산 유기농 김이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서 해외수출이 늘었고 해양생태계까지 복원하는 복덩이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 유기농 김은 양식 과정에서 유기산(有機酸)을 사용하지 않고 어민들이 직접 햇볕에 말려 만드는 김으로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 장흥지역 김 양식 어민 150여 명은 2008년부터 7년째 양식장 2900ha에서 유기산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어민들이 김 양식을 할 때 유기산을 바다에 뿌려 김 잎에 붙은 이물질을 제거해 김의 성장률을 높이고 이끼도 제거한다.

그러나 유기산은 양식장 바닥에 쌓여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준다. 해양 바닥에 사는 어패류나 식물성 플랑크톤, 해조류 번식을 방해한다. 어민의 삶의 터전인 바다의 생명력을 악화시키는 것. 그럼에도 장흥 어민은 김 양식에 유기산을 쓰지 않고 김발을 매일 4∼8시간씩 햇볕에 노출시키는 수작업을 하고 있다. 품질 좋은 김을 만들겠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장흥 어민들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김 양식에 산을 쓰는 관행을 깨는 유기농 김 생산에 나섰다. 장흥 어민들은 조수 간만차를 이용해 햇볕 해풍에 노출시키는 자연 그대로 김을 생산한다. 또 바다에 담긴 김발을 일일이 건져 햇볕과 해풍을 맞게 하는 힘든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이끼 등은 햇빛에 죽고 김 잎에 붙은 이물질도 제거된다.

유기농 김은 생산량은 적지만 가격은 일반 김에 비해 30% 정도 비싸다. 유기농 김은 지역의 대표 브랜드가 됐고 지리적 표시제에도 등록됐다. 장흥군은 “유기농 김이 미국 농무부 유기농 인증을 획득해 60억 원어치를 수출하는 계약이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장흥 유기농 김은 국내외 친환경 인증 등을 획득해 세계시장으로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어민 김모 씨(54)는 “유기농 김은 농약을 뿌리지 않은 구멍 난 배추처럼 윤기가 없는 등 볼품이 없지만 바다향이 진하고 고소한 맛이 오래간다”고 말했다.

유기산을 쓰지 않으면서 장흥 바다는 자연으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장흥에서 잡힌 연간 낙지 총량은 2007년 1800t 정도였지만 2013년에는 3000t으로 늘었다. 청정해역에서 자라는 매생이의 생산량도 크게 증가했다. 바다의 숲으로 불리는 잘피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청정해역에서 자라는 미역 김 같은 해조류와는 달리 뿌리 줄기 잎으로 나뉘어 있고 어류의 서식처와 튼튼한 먹이사슬 역할을 한다. 장흥군은 잘피가 6000∼1만 ha 자라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조류인 꼬시래기와 감태 생산량도 늘고 있다.

정창태 장흥군 어업생산계장은 “유기농 김을 생산한 뒤 바다가 20년 전 생태계로 복원되고 있다”며 “유기농 김 생산으로 얻어지는 또 하나의 선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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