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직업 24시]‘말 편자 장인’ 김태인 씨·‘프로파일러’ 김성혜 경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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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관련 사진만 5만 장 이상… 기록하는 습관 중요해요”
말 편자 장인


올해는 갑오년, ‘말(馬)의 해’다. 말이라고 하면 ‘다그닥 다그닥’ 소리를 내며 달리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렇게 말이 힘차게 달리기 위해서는 ‘편자’가 필요하다. 편자는 말이 신는 ‘신발’이라고 할 수 있다. 말의 발굽을 보호하기 위해 발굽에 붙이는 ‘U’자 모양의 쇠붙이가 바로 편자. 말의 편자를 만들고 말에게 직접 달아주는 전문가가 있다. ‘장제사’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60여 명의 장제사가 활동한다. 30여 년 동안 말의 편자를 만들어온 베테랑 장제사 김태인 씨(52·한국마사회·사진)를 최근 만났다.

말의 신발 ‘편자’

편자를 교체하는 과정. ①말발굽에서 헌 편자를 떼어낸다. ②말에 맞는 편자를 새로 만든다. ③새 편자를 말에게 달아준다. ④새 편자를 신은 말의 발굽. 김태인 씨 제공
편자를 교체하는 과정. ①말발굽에서 헌 편자를 떼어낸다. ②말에 맞는 편자를 새로 만든다. ③새 편자를 말에게 달아준다. ④새 편자를 신은 말의 발굽. 김태인 씨 제공
우리의 손톱과 발톱이 자라는 것처럼 말도 발굽이 자란다. 김 씨는 “말의 자라난 발굽을 깎아주고 그에 맞는 새 편자를 만들어 달아주는 직업이 장제사”라고 설명했다. 빠르게 달리는 말에게 편자는 필수. 편자를 달아주지 않으면 발굽이 깨지고 부서져 제대로 달릴 수 없게 된다.

“신발 한쪽은 신고 한쪽은 벗은 채 걸어보세요. 왜 편자가 필요한지 알 수 있겠지요?”(김 씨)

사람의 신발 뒤축이 닳는 것처럼 편자도 사용하다 보면 닳기 때문에 갈아줘야 한다. 경주마(경마용 말)는 30일에 한 번, 승용마(일반적으로 타는 말)는 40∼50일에 한 번씩 편자를 갈아준다. 편자를 교체할 때 장제사는 우선 그 말이 어떻게 쓰이는지, 평소 생활은 어떤지에 관해 주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또 말이 신고 있는 헌 편자를 살펴보면서 그 말의 특성을 파악한다.

아픈 발 치료해주기도

장제사는 아픈 말을 치료하는 ‘재활치료사’ 역할도 한다. 말이 비스듬하게 서있거나 걸을 때 무릎을 굽히는 등 정상적이지 못한 자세를 취하고 있으면 말의 어디가 안 좋은지 살펴본 후 그에 맞는 특수 편자나 보조기구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말 중에도 평발(발바닥에 오목 들어간 부분이 없고 평평함)인 말들이 있다. 부드러운 발바닥이 땅에 바로 닿아 걸을 때 아파한다. 이런 말들에게는 인조 플라스틱 신발을 만들어 달아주거나 부드러운 소재로 발굽을 만들어준다.

“발굽 안에 염증이 생겨 발의 뼈가 드러날 정도로 아픈 말을 치료해준 적이 있어요.”(김 씨) 김 씨는 상태가 심한 이 말의 병을 낫게 해주기 위해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다 말이 평평한 땅 위를 달리게 만들어 저절로 진물이 빠져나오게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이 방법으로 말을 1년 동안 치료하자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말이 뛰어다닐 수 있게 됐다.

덩치가 큰 말의 편자를 갈아주다가 다친 적은 없을까? 김 씨는 “말에게 맞은 적은 셀 수 없이 많다”고 대답했다. 장제사가 편자를 교체할 때는 보통 말을 기둥에 묶어놓고 혼자 말의 발밑에서 쪼그려 앉아 일하므로 언제라도 다칠 수 있다. 김 씨는 “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사고위험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말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서있는 방향에서 자연스럽게 발을 들게 만들면 된다는 것.

끈기·기록하는 습관 있어야


장제사에게 필요한 자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김 씨는 ‘끈기’를 강조했다. 편자를 만들고 말에게 붙이는 장제 기술을 완전히 익히려면 수년이 걸린다. 뜨거운 불 옆에서 쇳덩이를 수만 번은 두드려야 한다. 김 씨는 또 “항상 기록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씨가 지금까지 모아온 말 관련 사진은 5만 장이 넘는다. 그는 자신이 모아온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첫 장제 교과서를 최근 펴내기도 했다.

말 산업의 미래는 밝다. 앞으로 말 농장과 말 관련 시설이 많이 만들어지고 일자리도 생겨날 예정이다. 2012년부터 장제사, 말 조련사 등의 국가자격증시험도 시행하고 있다. 김 씨는 “말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사람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쉽게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보민 기자 gomin@donga.com

“공감능력과 냉철한 머리가 필요해요”
프로파일러


최근 강도 납치 등 강력범죄와 더불어 범죄현장에 증거를 남기지 않는 지능범죄가 늘어나면서 ‘프로파일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프로파일러란 범행현장에 남아 있는 아주 작은 흔적이나 범행수법을 치밀하게 연구해 범인의 성격이나 범죄성향, 행동방식 등을 밝혀냄으로써 범인을 추적하는 범죄심리분석 수사관을 뜻하는 말.

프로파일러는 범행현장을 분석함으로써 “범인은 30대 남성이고 피해자의 집 주변에 살고 있다”는 식으로 범인의 정체를 좁혀 나가거나 용의자(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 읽어 용의자로부터 범죄에 대한 자백을 받아내기도 한다.

프로파일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프로파일러의 고충은 무엇일까? 경기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에서 프로파일러로 활동하는 김성혜 경사(32·사진)를 최근 만났다.

남다른 눈으로 현장 살펴라

프로파일러는 범인이 현장에 남긴 흔적을 분석해 범인을 추적한다. 김 경사가 해결한 최근의 한 범죄현장을 보자. 범죄현장은 피해자의 집 수납장이 열려 있고 금품을 찾은 흔적이 있어 ‘강도사건’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김 경사는 다른 결론을 내렸다. 금품이 있지 않을 것이 뻔한 아이들 방도 어지럽혀 있는 게 아닌가.

김 경사는 강도로 위장(거짓으로 꾸밈)된 것일 뿐 범행의 진짜 이유가 다른 데에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김 경사는 “프로파일러는 남과 다른 시선으로 범죄현장을 살피고 분석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프로파일러는 대학에서 사회학이나 심리학을 전공했다. 김 경사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사회학을 부전공했다. 김 경사에 따르면 많은 프로파일러가 석사 이상의 학위를 갖고 있다고. 경찰청은 프로파일러를 매년 정기적으로 뽑는 것이 아니고 필요할 때 특별채용으로 뽑아 수개월간의 훈련을 거치도록 한 뒤 현장에 투입한다.

프로파일러, 드라마와 다르다

용의자의 자백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프로파일러에게 중요한 자질은 ‘공감 능력’이다. 용의자에게 휘둘리지 않고 대화를 이끌어나가면서도 용의자로 하여금 ‘저 사람이 내게 공감해주는구나’ 하고 느끼도록 만드는 것. 용의자와 가족 이야기나 힘들었던 가정사를 이야기 하다 보면 마음을 열게 된 용의자가 범행을 자백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프로파일러는 윽박을 지르기보다는 용의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공감을 표시하는 듯하면서 머릿속으로는 ‘어떤 말이 거짓이고 진실인지’, ‘이야기 중 사건을 푸는 실마리가 될 만한 내용은 무엇인지’, ‘다음 질문은 무엇을 할지’ 등을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프로파일러는 우리가 TV에서 보는 범죄드라마에서처럼 화려한 직업은 아니라고 김 경사는 말했다. 오히려 고충이 훨씬 더 많다는 것.

“사건이 해결되기까지 분석하느라 며칠간 밤을 새우는 건 기본이에요. 또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도 사건이 발생하면 바로 현장으로 달려가야 하지요. 강력범죄가 일어난 잔혹한 현장을 ‘이 사건을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일념으로 냉정하게 관찰할 수 있는 담력도 필요해요.”(김 경사)

멋진 프로파일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김 경사는 “영화와 드라마에 나오는 프로파일러의 모습에서 프로파일러에 대한 환상을 갖는 학생들이 많다”며 “사건 수사가 딱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고 쉽게 풀리지 않는 경우는 더 많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의지와 노력”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영신 기자 l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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