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원년… 당신이 보고 듣는 모든 것을 기록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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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대체할 ‘마법의 도구’

“언젠가는 우리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1995년 빌 게이츠의 저서 ‘미래로 가는 길’)

빌 게이츠가 예견한 그 언젠가가 현실이 되고 있다. 역사상 인간의 가장 가까운 곳까지 다가온 컴퓨터인 ‘웨어러블(몸에 걸칠 수 있는) 기기’를 통해서다.

최근 열린 가전전시회(CES)에서는 “웨어러블이 CES를 점령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가 쏟아졌다. 애플이 올해 안에 ‘아이 워치’를 발표한다면 올해는 삼성 애플 구글 소니 LG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일제히 웨어러블 사업을 본격화하는 ‘웨어러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웨어러블 기기는 정체된 IT기기 시장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라이프 로그(life log)’ 산업을 성장시킬 것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일상의 기록’이란 뜻의 라이프 로그는 한 개인이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 어디로 이동했으며, 누굴 만나 무엇을 먹었는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들었으며, 어떤 말을 했는지까지 인간 생활의 모든 기록을 의미한다.

● ‘빅 데이터의 금맥’ 라이프 로그

인간이 직접 몸에 걸치는 웨어러블 기기는 라이프 로그를 가장 효과적으로 수집하고 데이터화할 수 있는 장비다. 예컨대 대표적 웨어러블 기기인 ‘핏빗포스(fitbit force)’의 경우 걸음 수 같은 개인 활동량부터 섭취·소모 칼로리 같은 식생활 습관까지 데이터화해 사용자가 한눈에 볼 수 있게 그래픽으로 보여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능을 적용해 지인과의 운동량도 비교해준다.

핏빗포스는 사용자의 ‘수면 효율’까지 기록한다. 몇 시에 자서 몇 시에 깼는지, 자는 동안 몇 시에 몇 번이나 어느 정도로 움직임이 있었는지를 센서로 측정한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는 개인의 운동 상태나 건강을 관리하는 중요한 자료인 동시에 심지어 개인의 성생활 패턴까지 유추할 수 있게 해 준다. 이전엔 전혀 구할 수 없던 새로운 차원의 라이프 로그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되는 것이다.

● 라이프 로그로 삶의 질 향상 기대

웨어러블 기기와 라이프 로그의 사회적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한 예로 핏빗포스를 홀몸노인들에게 보급한 뒤 사회복지사의 관제 모니터와 연결하면 관내 노인들의 움직임과 건강상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치매 노인의 신발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장착하면 길 잃은 노인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라이프 로그는 의료계에서 특히 중요한 자원이다.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이 50%씩 합작해 라이프 로그를 다루는 벤처인 ‘헬스커넥트’를 세운 이유다. 백승수 헬스커넥트 사업개발본부장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한 라이프 로그는 당뇨 등 만성질환 환자의 생활 관리나 암 환자의 수술 후 관리 등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사생활 침해 논란 부를 ‘양날의 칼’

하지만 라이프 로그 속 데이터 하나하나가 개인의 ‘속살’을 보여주는 민감한 자료라는 건 문제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구글 글라스의 경우 내장 카메라와 마이크, 스피커 등을 통해 사용자가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을 모두 수집할 수 있다”며 “이런 기기가 발전할수록 개인이 길을 걷다 어떤 옷을 입은 사람에게 눈길을 줬는지, 그 시선 하나까지도 데이터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쌓인 빅데이터는 기업들의 중요 마케팅 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법과 규제는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웨어러블 기기와 라이프 로그 산업은 ‘삶의 질 향상’과 ‘사생활 보호’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큰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임우선 imsun@donga.com·김호경 기자

▼ 팔목-발목-귓속까지… 사람 몸에 더 바짝 ▼
웨어러블 기기 어디까지 왔나

웨어러블 기기는 현재 머리부터 귓속, 팔목, 발목, 발바닥까지 걸칠 수 있는 모든 부위에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또한 걸음수, 심박수 기록부터 식단과 수면 관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라이프 로그를 기록한다. 스마트폰 못지않은 첨단기능을 가진 제품도 많다.

가장 보편적인 디자인은 ‘팔찌’나 ‘스마트 워치’처럼 팔목에 걸치는 형태다. 팔찌형 제품으로는 ‘핏빗포스’와 ‘조본 업24’가, 스마트 워치 제품으로는 갤럭시 기어, 페블 스마트워치, 소니의 스마트워치2가 대표적이다.

팔찌형 제품은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찰 수 있어 라이프 로그 기록 기능도 강하다. 스마트워치는 통화, 문자메시지, 음악 재생 등 스마트폰과의 연동 기능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내놓은 스마트워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해 달리기 속도와 이동거리를 측정하는 등 운동 기능을 특화한 것이 특징이다.

안경형 웨어러블 기기를 대표하는 구글 글라스는 지난해 5월 공개된 뒤 스마트폰에 버금가는 기능을 갖춘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음성으로 문자 전송은 물론이고 사진 촬영, 길 찾기 등을 할 수 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웨어러블#아이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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